위 사장은 25일 이투데이와의 전화에서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 인가 전까지 (회장직을) 안 정할 것”이라며 “길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26일 오전 이사회를 연다. 상반기 실적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사회에는 IMM PE와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한화생명, 동양생명 등 과점주주 이사 5명과 예보 이사, 손태승 우리은행장, 오정식 감사 등 8명이 참석한다.
당초 이날 이사회를 계기로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보 논의를 본격화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앞서 과점주주 사외이사 5명 가운데 4명은 두 차례 간담회를 열어 행장·회장 겸직 틀에 박히지 않고 손태승 행장 등 여럿을 후보로 올려 적임자를 찾기로 했다. 이사회 이후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 방식 등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지주사 회장직 선출에 개입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5일 기자 간담회에서 “정부는 당연히 우리은행 지배구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주주권 행사를) 아주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고 했다. 2016년 우리은행 민영화 이후 경영에 간섭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깨고 개입 의사를 분명히 밝힌 셈이다.
하지만 정부로선 당장 회추위 구성 등이 이사회 안건에도 올라오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의견을 내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위 사장은 “내일 이사회에서 회추위 구성은 안건에 없다”며 “비공식적으로 논의는 할 수 있으나 당장 결정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논의 전부터 사외이사나 관료 출신 후보가 하마평에 오르는 등 불필요한 논란이 계속되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주사 사업계획서를 검토하는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 측에 임원 명단을 미리 내도록 했다가 말을 바꾸는 등 이미 속도 조절 조짐이 보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장 선임 일정 등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너무 과열됐다고 정부가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과점주주 사외이사와 정부 뜻이 다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선 최 위원장이 사실상 손 행장의 회장직 겸임을 수용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낙하산 인사’ 등 시장의 불신을 막고 당장 지주사를 안정시키는 데도 손 행장 겸직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사외이사들이 후보 경쟁으로 회장을 뽑겠다고 하자 방어벽을 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위 사장은 손 행장 겸직 여부 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정부는 조만간 이사회를 다시 열어 지주사 회장 추천 방식을 정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다음 달 23일 이사회 전까지만 회장 후보를 결정하면 된다. 12월 말 예정된 주주총회 안건인 주주이전계획서에 지주사 회장 이름을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과점 주주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한 과점 주주 관계자는 “최 위원장이 전임 위원장이 한 이야기를 무시하고 있다”며 “민영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