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도흔의 共有하기] 우리는 회전교차로를 지날 준비가 돼 있나

입력 2018-10-2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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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차장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 앞 회전교차로는 그 장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선진국다운 시민의식이 잘 작동해 서로 양보하면서 12개의 출입구로 차들이 물 흐르듯 들어오고 나가는 장면은 장관이다. 회전교차로는 중앙에 마련된 교통섬을 중심으로 차량이 한쪽으로 돌며 원하는 방향으로 일방 통행하는 도로 운영 체계로, 1960년대 영국에서 처음 도입돼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가 3만 곳으로 가장 많고, 영국이 1만8000곳을 운영 중이다.

국내에는 2010년 도입됐고, 최근에 회전교차로가 많이 늘었다. 전국에 약 500곳이 있다. 특히 기자가 사는 세종시는 교통선진도시로 만든다며 선제적으로 2020년까지 80곳에 회전교차로를 만들 계획이다. 회전교차로의 장점은 단연 차량 흐름이 좋아진다는 점이다. 신호등이 없으므로 교통의 흐름이 원활할 경우 불필요한 신호 대기 시간을 줄여 공회전으로 소모되는 연료와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교통사고 예방 효과도 있다고 한다. 무리한 꼬리물기, 끼어들기, 차선변경 등으로 인한 차량 간 접촉 사고 및 교통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계만 보면 교통사고 예방 효과를 놓고는 의견이 갈리는 것 같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4년까지 회전교차로 54곳에 대해 분석한 결과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2013년 65건에서 2015년 27건으로 줄었다.

반면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회전교차로 내 교통사고 발생률은 2013년 593건에서 2016년 846건으로 연평균 12.6%씩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두 곳 모두 공신력 있는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인데 왜 다른지는 알 수 없다.

효용성이 좋은 회전교차로이지만, 아직 대부분이 통행 방법을 잘 모른다는 게 문제다. 회전교차로는 진입 차량보다 회전 차량이 우선이고, 진출 시 우측방향지시등을 켜야 한다. 간단한 규칙이지만 기본적으로 ‘양보’가 전제돼야 한다. 아직 우리에게 부족한 그 양보 말이다.

비교적 통행량이 많은 기자가 사는 아파트 근처에 회전교차로가 생겼다. 대전과 세종시를 출퇴근하는 차량이 많다 보니 출퇴근 시간마다 전쟁터가 따로 없다. 언제부턴가 아침에 알람 소리 대신 경적을 듣고 일어나는 날이 적지 않다. 가끔은 대형 트럭이 울리는 경적에 놀라 깨면 짜증이 나기도 한다. 자주는 아니지만, 교통사고도 난다. 가끔 이 회전교차로를 이용하는데 ‘진입 차량 우선’이라는 표시 외에 통행 방법을 설명해 주는 표지판은 없다. 그러다 보니 가끔 먼저 진입하려고 속도를 내는 차들도 있다. 양보하라는 의미인데도 먼저 진입하려는 것이다.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지금이라도 회전교차로 통행 방법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가 있었으면 좋겠다. 안타깝지만 아직 한국인에게는 양보를 전제로 한 회전교차로는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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