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1일(현지시간) 김용이 오랜 투병 끝에 전날 94세를 일기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그는 존경받는 언론인이자 리더였으며 무엇보다 무협소설이라는 장르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신필(神筆)’이었다고 애도했다.
김용의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3억 부 넘게 팔렸으며 영화와 드라마, 비디오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디어에 활용됐다. SCMP는 김용이 정치적, 지리적, 이데올로기적 장벽을 뛰어넘은 작가였다고 강조했다.
1924년 중국 저장성에서 태어난 김용은 1959년 홍콩에서 일간지 명보(明報)를 공동 설립했다. 그는 1955년 자신의 본명인 사량용(査良鏞)의 마지막 글자를 나눈 김용이라는 필명으로 첫 무협소설 ‘서검은구록’을 썼다.
서검은구록이 인기를 끌자 잇따라 무협소설을 집필, 총 15편의 작품을 남겼으며 1972년 ‘녹정기’를 끝으로 절필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끊임없이 자신이 쓴 작품을 고치는 등 애정을 보였다.
한국에서도 1980년대 ‘사조영웅전’과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등 ‘사조 3부작’이 영웅문 시리즈로 소개되면서 김용의 무협소설은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중화권에서 인기는 절대적이어서 덩샤오핑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홀딩의 마윈 회장 등 저명인사들이 열혈 팬을 자처했으며 매년 김용의 작품이 드라마화하고 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일본 방문 도중 김용의 부음에 “학식 있고 저명한 작가인 김용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시한다”며 “그는 젊은 시절 명보를 창간했으며 사회에 건설적인 사설도 썼다. 홍콩 정부를 대표해 그의 가족에 애도를 전달했다”는 성명을 냈다.
마윈 회장은 “전 세계 중국인들에게 크나큰 손실”이라며 “특히 그의 작품은 알리바바의 기업문화 핵심이어서 특히 슬프다”고 애도했다. 알리바바는 종업원들에게 김용 작품 속 등장인물을 별명으로 짓는 문화가 있다. 마윈 회장은 ‘소호강호’에 등장하는 ‘화산파’의 고수 ‘풍청양’을 자신의 별호로 삼았으며 그의 집무실은 사조영웅전의 주요 등장인물인 황약사가 사는 ‘도화도’로 이름을 지었다.
마윈 회장은 2000년 항저우에서 처음으로 김용을 만났으며 지금까지 좋은 교분을 유지해왔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 개혁·개방의 아버지인 덩샤오핑은 1981년 김용과 처음 만났다. 당시 그는 김용에게 “우리는 이미 오랜 친구”라며 “나는 이미 당신의 작품을 모두 읽었다”고 말했다. 덩샤오핑은 1980년대 초 홍콩에 정보요원을 보내 김용의 소설을 구해오게 했다고 SCMP는 덧붙였다.
1983년 TV 드라마 신조협려에서 주인공 ‘양과’ 역할을 맡았던 배우 류더화는 “김용은 무협 세계의 천재이며 양과 배역으로 나를 이끈 것은 운명이었다”며 “그의 사망은 무협 세계에 커다란 상실이다. 그의 가족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추모했다. 다른 배우들도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등에 애도의 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