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청자가 2만2500명이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에 5달러를 내고 댓글을 올렸다. 지난달 27일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사건을 조롱하는 내용이다. 이 댓글은 채팅창에서 가장 눈에 띄게 고정돼 실시간으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유튜브의 유료 댓글 기능 ‘슈퍼챗(SuperChat)’이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개인에 대한 차별적인 혐오 발언)’를 조장하는 사람들에게 돈까지 벌어주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유튜브는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채널 삭제 등으로 강경 대응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WSJ에 따르면 인기 슈퍼챗은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창출하고 있고 유튜브는 이 중 30%를 취한다.
슈퍼챗은 아프리카TV의 ‘별풍선’ 제도와 비슷한 유료 댓글 기능이다. 일정한 금액을 내면 해당 댓글이 진행 중인 방송의 채팅창 상단에 고정된다. 방송을 연 콘텐츠 제공자(유튜버)는 이 댓글을 읽어주거나 큰 소리로 감사 인사를 하며 관심을 보이고 보답한다. 큰돈을 지불할수록 댓글은 채팅창 상단에 더 오래 남아있게 된다.
유튜브는 유튜버들이 더 많은 콘텐츠를 창작하도록 장려하고 시청자를 유인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슈퍼챗 기능을 도입했다. 원래는 게임 방송을 하는 유튜버와 시청자들이 많이 이용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어느새 극우 성향 이용자들의 주 무대가 돼 버렸다.
WSJ는 이번 총격사건 직후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에단 랄프가 슈퍼챗을 통해 돈을 버는 극우성향 유튜버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이들의 방송에서는 이번 피츠버그의 비극은 물론이고 성폭력 혐의를 받은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에 대한 언론 기사를 비난하는 발언 등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에 등장하는 주제들을 광범위하게 다룬다.
유튜브는 뒤늦게 랄프의 채널을 영구삭제했다고 밝혔다. 유튜브 정책과 서비스 약관을 위반했다는 명목이다. 유튜브 대변인은 WSJ에 “우리는 폭력을 조장하는 발언과 콘텐츠를 금지하고 있다”며 “회사의 욕설 관련 정책을 위반하면서 발생한 슈퍼챗 수익은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의 유튜버들은 금지 단어들을 한 번 더 꼬아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하고 있다. 일부 유튜버와 시청자들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지칭할 때 흑인을 비하하는 표현인 ‘바스켓볼 아메리칸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단어의 스펠링 일부를 바꾸거나 문자를 숫자로 표현해 유튜브의 금지망을 피해가기도 한다. 백인 우월주의를 상징하는 숫자인 ‘1488’을 드러내기 위해 유료댓글을 쓸 때 14.88달러를 지불하는 것 역시 유행하고 있다.
채널 정지 또는 삭제 조치를 당한 유튜버는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다른 콘텐츠 제공자의 채널에 등장하면서 활동을 계속한다. 랄프 역시 유튜브가 채널을 삭제한 후 다른 채널을 열어 방송을 하다가 다시 폐쇄 당했다. 해당 채널이 유튜브 정책 위반을 이유로 폐쇄되기까지 20분이 넘게 걸렸다.
유튜브는 아직 슈퍼챗에서 얼마나 많은 매출이 창출되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