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와 현대차가 추진하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좌초 위기에 빠졌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처음으로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과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음에도 협상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의 잇단 입장 번복이 주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1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진행 사장과 이용섭 시장은 서울 시내 모처에서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최종 합의점은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 건(광주형 일자리)은 광주시가 중심이 돼 추진하는 것으로 우리가 먼저 언급하기는 어렵다”며 “광주시 자꾸 입장이 바뀌는데 어떻게 협상을 하겠냐”고 토로했다.
실제 노동계 입장이 지나치게 반영된 투자협약서가 ‘협상 결렬’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광주시는 노동계 압박에 현대차와 약속한 ‘5년간 임금협상 유예’를 번복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임금 협상에 따른 고질적인 파업 리스크에 시달리던 현대차가 이 점에 매력을 느껴 투자를 결정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또한, 광주시는 현대차에 최소 생산물량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향후 현대차가 광주시와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우선, 현 시점에서 ‘비교적 저렴한 임금(평균 3500만 원)을 지급하는 완성차 공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공장을 다시 만들었다는 사회적 비난도 피할 수 없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12일 광주형 일자리와 관련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반복했다.
광주시 또한 사면초가에 빠졌다. 광주시와 현대차, 그리고 광주 노동계가 임금 수준 등에 합의해야 이 사업 관련 정부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가 내년 예산에 광주형 일자리 사업비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국회 예산안 심의가 마무리되는 15일 이전에 3자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이러한 가운데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저렴한 인건비가 형성되면, 향후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가 어려워질 수 있는 탓이다. 현대차 노조는 10일 확대운영위원회 회의를 열고 광주시와 현대차가 일자리 협약을 체결하면 총파업을 시작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