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형차 시장에 폭풍전야 같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가 12일부터 판매하는 로체 이노베이션의 사전 예약판매를 2일부터 실시한 것이 그 발단이 됐다. 로체 이노베이션은 스타일을 일신하고 편의장비를 보강하는 한편, 국내 최장수준인 7년 또는 15만km 동안 보증수리를 내세워 중형차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로체는 국내 중형차 시장에서 ‘만년 3위’였다. 현대 쏘나타와 르노삼성 SM5의 아성이 워낙 굳건한 탓이다. 기아차는 과거 크레도스로 현대 쏘나타와 맞불을 놓은 적이 있으나, 현대에 흡수 합병된 이후 내놓은 옵티마로 만년 3위 이미지가 굳어졌다. 그 사이 쏘나타는 국민차로 사랑받았고, SM5 역시 초기의 좋은 이미지를 유지해 2위 자리를 지켰다.
기아차는 로체를 살리기 위해 우선 스타일부터 손봤다. 일명 ‘슈라이어 라인’으로 불리는 직선 강조형 스타일을 로체 이노베이션에 최초로 적용하는 한편, 버튼식 시동장치와 교통요금자동징수시스템 등의 편의장비도 경쟁차종 중 유일하게 적용했다.
또한 경제적인 운전구간을 알려주는 ‘에코’ 표시등도 고유가 시대에 환영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인 구간에는 녹색 표시등이, 난폭한 운전에는 적색 표시등이 켜져 운전자 스스로 경제적인 운전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이 장비다.
이러한 로체의 변신은 국내 중형차 시장 2위 자리에 일대 변화를 예고할 전망이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 쏘나타에 대한 충성도가 워낙 높아 당장 1위가 바뀔 것으로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판매가 하락세인 르노삼성 SM5를 따라잡는 한편, GM대우 토스카와의 격차를 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전 예약 판매는 기본적으로 판매에 대한 자신감이 뒷받침되어야 실시할 수 있다. 메이커가 원하는 수준의 판매가 이뤄질 경우 누릴 수 있는 홍보효과는 매우 큰 편. 그러나 만약 예약 판매실적이 부진할 경우 오히려 장기적인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보증 기간 연장도 장단점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우선 긴 보증기간은 메이커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지만 비용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전략 성공사례에서 보듯, 비용 대비 효과는 매우 크다. 다만 긴 보증기간으로 인해 신차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메이커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기아차는 로체의 높아진 상품성과 함께, 국내 최장 수준의 보증기간을 앞세워 2위 자리를 노린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