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사촌형인 SK네트웍스 회장 등 친족들에게 약 1조 원 규모의 SK㈜ 지분을 증여했다. SK그룹의 성장을 기원하고 도운 친인척들에게 보답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23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최재원 수석부회장(166만 주)과 최신원 회장과 그 가족(83만 주), 사촌형인 고(故) 최윤원 SK케미칼 회장 가족(49만6808주) 등 친족들에게 SK㈜ 주식 329만 주(4.68%)를 증여했다. 주당 단가는 28만500원으로 총 증여 규모는 9228억4500만 원이다.
최태원 회장의 SK㈜ 보유 지분은 기존 1626만5472주(22.93%)에서 증여 후 1297만5472주(18.29%)로 줄어든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이번 증여로 166만주(2.36%)의 SK㈜ 지분을 새롭게 확보했으며, 최신원 회장은 기존 보유 주식 1000주에 증여에 따른 1만주를 더해 1만1000주(0.14%)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이번 지분 증여는 최태원 회장이 지난 20년 동안 형제 경영진들 모두가 하나가 돼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오늘날까지 함께하며 한결 같이 성원하고 지지해준 친족들에게 보답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가족모임에서 이러한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신원 회장은 “최태원 회장이 먼저 친족들에게 지분을 증여하겠다는 뜻을 제안했다”며 “SK그룹을 더욱 튼튼하고 안정적인 그룹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도 최태원 회장의 이 같은 증여 취지에 공감, SK㈜ 주식 13만3332주(0.19%)를 친족들에게 증여하는데 동참했다. 최 이사장의 SK㈜ 지분율은 7.46%에서 7.27%로 줄어든다.
다만 이번 지분 증여가 SK그룹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이 최대주주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고 특수관계인 수만 8명에서 30명으로 늘어난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지분 증여에도 “최태원 회장 중심의 현재 그룹 지배구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지난 10월 최종현 선대회장 타계로 그룹 회장에 취임한 지 20주년을 맞아 최종현 학술원에 약 520억 원 상당의 SK㈜ 지분 20만주를 출연한 바 있다.
당시 최태원 회장은 “선대회장은 나라의 100년 후를 위해 사람을 키운다는 생각으로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 이 땅의 자양분 역할을 하고 계신 많은 인재를 육성하셨다”며 “저도 미약하게나마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가고 고마움에 보답하고자 새로운 학술재단인 가칭 ‘최종현 학술원’을 만들겠다”고 약속하며 이 같이 지분을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