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수년간 편의점을 운영해온 A 씨는 최근 심야 영업을 접었다. 매출은 그대로인데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주는 임금이 올라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매년 눈덩이처럼 커지는 부담에 점포 문을 일찍 닫기로 했다.
24시간 영업의 대명사인 편의점의 불빛이 하나둘씩 꺼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심야시간 영업을 포기하는 매장이 늘고 있어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24는 10월 기준 밤 12시 이후 심야 영업 미운영 점포 비율이 75%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 74%에서 4개월 사이 1%포인트 더 늘었다. 2016년과 비교하면 무려 9.6%포인트 증가했다. 이마트24의 경우 24시간 운영 여부를 점주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편의점 업계 1위인 CU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6년 10% 수준이던 심야 영업 미운영 점포 비율은 올해 상반기 17%로 치솟았다. 다만, GS25와 세븐일레븐의 경우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들 편의점은 가맹 본사와 점주 간 협의를 거친 후 24시간 영업을 결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어 아직 심야영업을 하지 않는 점포 수는 크게 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심야 영업을 포기하는 편의점이 늘고 있는 원인으로 ‘인건비 인상’을 1순위로 꼽는다. 실제 2015년 5580원이던 최저 시급은 2016년 6030원으로 올랐고, 지난해 6470원, 올해 7530원으로 올랐다. 3년간 상승률은 35%에 육박한다.
이마트24 관계자는 “가장 큰 원인은 비용 문제”라며 “인건비도, 전기료도 오르는 데 반해 심야시간대 매출은 크지 않다 보니 최근에는 18시간 영업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점주의 근무 시간을 늘리고, 가족을 동원하는 편의점도 늘고 있다. 지난해 8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편의점주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65.7시간이다. 하루 평균 13시간 근무하는 셈이다. 이는 자영업자(일 평균 10시간)를 상회한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새벽시간은 상품 배송에 따른 정리와 영업 준비가 주된 업무로, 매출은 거의 나지 않는다”면서 “아르바이트 비용이 올라 최근에는 직접 일하는 시간을 늘리고, 가족에게 도움도 요청해 보지만 여의치 않아 새벽 영업을 하지 않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는 점포 수 증가 속도에도 브레이크를 걸었다. 개업하는 편의점에서 폐업하는 점포를 뺀 순증 수치가 지속해서 줄고 있다.
지난해 국내 편의점 4사(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의 총 점포 수는 4908개가 증가한 데 비해 올 들어 10월까지는 2424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공격적 확장에 따른 과포화 현상이 주요 원인이긴 하다”면서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신규 진입이 신중해지고, 기존 점주의 이탈 분위기도 역력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내년에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0.9% 인상된 8350원으로 확정됐다. 주휴수당(법정유급)까지 합하면 1만20원으로 사실상 1만 원을 넘어서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점당 찾는 이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도 인상돼 순증 점포가 주춤할 것”이라며 “효율을 높이기 위해 24시간 영업을 포기하는 점포는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