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뱅은 내년부터 비대면 기업대출을 개시할 예정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등이 기업금융 영업 대상은 아니다. 카뱅 고위 관계자는 “우선 일반기업보다는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개인대출과 똑같이 (비대면으로) 하기 때문에 현재 단계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는 사업영역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기업이 새로운 수익모델인 것이다. 현재 카뱅이 취급하는 대출의 대부분은 ‘개인’, 그리고 ‘신용’이다. 기업과 담보 모델은 아직 없다. 11월 말 카뱅의 여신액은 8조8000억 원으로, 일부 전세대출을 제외하면 대부분 개인 신용대출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옥죄는 상황도 기업금융을 고민하게 된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카뱅의 기업금융은 가계부채를 줄이고 있는 금융당국과 반대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은행이 비대면으로 가능한 기업금융은 ‘자영업대출’이 유일하다. 따라서 카뱅이 할 수 있는 기업금융도 자영업대출뿐이다. 자영업대출은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이 섞인, 반쪽짜리 기업금융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과 ‘자영업자가 개인적으로 빌린 돈’ 모두 속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애매한 성격 탓에 자영업대출은 통계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금융권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598조 원으로 추산된다. 올해는 600조 원을 훌쩍 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영업대출은 채무 불이행의 위험이 높은 대출로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의 위험을 축소 평가하는 요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따라서 자영업대출이 늘어나면 가계부채 통계상에는 문제가 없지만 그 뒤로 다른 혹이 자리 잡게 된다. 카뱅은 기업대출로 넘어간다는 의도겠지만, 이런 전략이 현실적으로는 가계부채를 키우는 꼴이 되는 것이다.
물론 카뱅은 향후 본질적 의미의 기업금융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가능성은 작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경우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기업 신용평가를 진행해야 하므로 비대면 전용으로 진행하기가 현재로서는 어렵다”고 말했다.
카뱅은 기업대출심사 체계를 갖춘 금융회사와 업무제휴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에 대해서도 업계는 회의적인 시각을 갖는다. 기업금융은 이미 시중은행이 충분히 시장을 선점하고 있을 뿐더러, 기업 자체도 인터넷은행을 아직 신뢰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또 인터넷은행이 기업금융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애초에 기업금융을 목적으로 출범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