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진행되면서 지원자가 대거 몰려 치열한 경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착 공기업들은 일상적인 기본업무만을 추진할 뿐 정착 신규사업은 고사하고 인사·연속사업 등과 같은 업무마저 차질을 빚는 등 사실상 업무가 마비된 상태다.
당장 에너지 관련 공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해외자원 개발은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아 일이 추진되지 않고 있다.
최근 고유가 극복 대책의 일환으로 해외자원개발을 늘리겠다고 밝혔던 지식경제부 조차 당장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실질적으로 손놓고 있는 입장이다.
한 에너지 공기업 임원은 "해외자원 개발은 다양하 물밑작업이 필요한데, 이는 사장의 결정과 정부 지원이 있어야 한다"며 "기관장 교체 와중이어서 이런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 한 산하기관 노조위원장도 "직원들 월급 주는 것 등 가장 기본적인 업무를 빼고는 실제로 한달 이상 업무가 멈춰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특히 끊임없이 제기되는 민영화와 구조조정도 공기업들이 사업 방향을 잡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매번 정권교체시기마다 반복되는 낙하산·물갈이 인사도 문제지만 일관성없는 정부 정책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경부 산하 한 공기업은 전임 사장이 들어서면서 직원들의 지지 속에 새로운 사업분야를 찾아내고 조직문화도 바꿔 왔는데, 정부가 채 1년도 되지 않아 사장의 사표를 수리하자 '해도 너무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이미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3~5배수의 사장 후보가 뽑혀진 일부 공공기관도 소관 부처인 지경부가 다음 일정을 진행하지 못한채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업무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한편 일각에선 공공기관 인선이 늦어지면서 새로 임명된 공기업 CEO에 대해 구성원들의 동의가 충분치 않을 경우 자칫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