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최근 5조 원대 육박한 은행권 자동차대출(오토론)에 보증 심사를 강화하는 등 칼날을 들이댄다. 경기 악화와 금리 인상으로 취약 차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서울보증보험 오토론 보증 심사와 비율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은 서울보증보험 보증을 받아 오토론을 실행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은행은 제대로 된 심사 없이 신용등급 7~8등급인 차주에게도 대출을 해주고 있어 (보증조건을) 좀 더 엄격하게 봐야 한다”며 “금리가 오르면 취약 차주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취약 차주에 대한 보증비율을 100%에서 80%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이 부실 위험성을 일부 떠안도록 해 대출을 확대하는 데 부담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다. 찻값의 110%까지 돈을 빌려주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시중은행은 최대 1억 원 안에서 찻값의 110%까지 돈을 빌려준다. 신용도가 낮고 상환 능력이 없는 고객에게 무리하게 대출을 해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중은행이 오토론에 경쟁적으로 뛰어든 것은 보증부 상품이어서다. 서울보증보험에 대출금의 약 1~2% 보증료를 내고 보험에 가입한 뒤 대출자에게 돈을 빌려준다. 대출자가 돈을 갚지 않아도 대출금을 100% 돌려받을 수 있어 사실상 돈 떼일 우려가 없다. 보증료는 대출 이자에 추가해 차주에게서 받으면 된다.
이 때문에 은행권 오토론은 최근 큰 폭으로 증가해 연내 5조 원대를 넘을 전망이다. 10월 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오토론 잔액은 4조9252억 원에 이른다. 7월 말(3조9325억 원)에 비해 약 1조 원 증가했다.
문제는 보증부 상품이다 보니 은행이 꼼꼼하게 대출 심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3개월 이상 소득이 있다는 요건만 충족하면 서울보증보험에 서류를 전달하고 심사를 맡기는 식이다. 실제 대부분 은행은 신용등급 6등급까지 오토론을 실행했다. 예외적으로 저신용자인 7~8등급 차주에게도 대출을 해주기도 한다. 통상 5~6등급은 시중은행에서 신용대출이 거절될 확률이 높다.
정부는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악화 등으로 은행권 오토론 시장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서브프라임 오토론(비우량등급 자동차대출)’으로 제2의 금융위기 가능성이 제기됐다. 은행의 무분별한 대출 확대로 부실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올 1월 미국 서브프라임 오토론 손실률이 9.1%로, 2010년 1월 이후 가장 높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오토론 잔액은 지난해 기준 기준 1조1000억 원 달러를 넘는다. 미국 은행들은 서둘러 오토론 시장에서 발을 뺐다.
금감원은 은행권 오토론 현황을 분석한 뒤 8월 은행권에 주의를 요청했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무분별하게 경쟁해서 예전에 신용카드 발급하듯이 은행이 오토론을 퍼주면 나중에 저신용자나 취약 차주들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내년 초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