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사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경제위기의 본질이 결코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마치 악의 축(axis of evil)처럼 매도되는 것이 바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라며 “보수언론과 보수야당 말대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었다면 최저임금을 현 정부 출범 이전 수준으로 돌려놓음으로써 우리 경제는 즉각 위기에서 벗어나겠나”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 경제 위기의 본질은 구조적 취약성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위기의 본질이 그보다는 훨씬 더 근본적인 요인과 끈 닿아 있다”며 “한때 우리를 먹여 살렸던 조선업, 철강업이 무너지기 시작하고 자동차산업마저 어려워진 상황에서 그나마 경쟁력을 갖고 있는 반도체, 휴대폰마저 무너지면 과연 우리는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 하나? 선진국은 멀리 도망가고 중국이나 인도 같은 신흥국은 숨 가쁘게 따라오는데 우리는 지금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 것인가. 바로 이런 우리 경제의 근본적 취약성이 우리가 맞고 있는 위기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외환위기 이래 20여 년 동안 우리 경제는 줄곧 투자 부진 문제로 시달려 왔지만 이를 시원하게 해결한 정부는 하나도 없다”면서 특히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해놓은 일 중 기억에 남는게 하나라도 있나? 고작 했다는 것이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국토를 망쳐 놓은 일과 부동산 투기 부추겨 서민들 삶을 더욱 고달프게 만든 것 밖에 없다. 그들은 단기적 부양에만 목을 매달고 있었을 뿐 우리 경제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입만 열면 규제철폐를 부르짖었다. 그들이 집권한 9년이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인데, 만약 그들이 충분한 정도의 규제 철폐 실적을 올렸다면 왜 지금 새삼스레 규제철폐가 가장 긴급한 현안과제라는 말이 나오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은 한 정부의 임기 안에 끝낼 수 없는 길고 끊임없는 노력을 필요로 한다”며 “구조조정이나 규제철폐 같은 당면 과제뿐 아니라 연구개발 환경의 개선이나 교육 개혁을 포함하는 전방위적 혁신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다만 현 정부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나 근로시간 제한 같은 조치들을 너무 서둘러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는 “시장이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것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실책을 저지른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너무 과격한 정책이 가져온 부작용에 애써 눈 감는 것은 용기 있는 자세가 아니다”며 “시장이 말하는 바에 겸손하게 귀 기울이고 고칠 데가 있으면 서슴지 않고 고쳐나가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