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에 빠지면서 애플은 인도를 새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지만 아이폰 성공신화가 창출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 들어 지금까지 인도에서 출하된 아이폰 수는 전년보다 40% 급감했으며 애플 시장점유율은 2%에서 1%로 떨어졌다.
애플은 지난 9월 마감한 2018 회계연도에 인도 매출이 18억 달러(약 2조266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회사 사정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이는 애플 목표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인도의 한 스마트폰 판매 대리점 직원은 WSJ에 “최근 우리 매장에서 아이폰은 운이 좋아야 하루 한 대 팔린다. 반면 삼성전자와 노키아, 중국 오포 스마트폰은 10대 이상 나간다”며 “2013년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당시 아이폰은 하루에 80대까지 팔린 적도 있다. 이제 고객들은 300달러(약 34만 원) 미만의 스마트폰을 원한다”고 말했다.
인도는 13억 소비자를 자랑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보급률은 24%에 불과하다. 그만큼 이 시장이 성장하는 속도는 그 어떤 국가보다 빠르다. 애플은 이런 인도시장에서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인도시장 부진 이슈의 중심에는 애플이 완강하게 고수하는 사업모델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애플은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내놓는 대신 모델 수를 제한하고 이를 고가에 판매한다. 이런 고가 전략은 1997년 애플이 부도 위기에서 벗어나고 미국 상장사 중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인도에서는 애플의 고가 전략이 통하지 않고 있다. 경쟁사들은 배터리 시간을 늘리고 가격이 낮은 스마트폰을 제공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가격과 제품 구성에서 경직된 애플의 단점이 특히 부각되는 시장이 바로 인도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인도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의 75% 이상이 250달러 미만이다. 500달러 미만은 95%에 이른다. 애플의 현재 라인업 중 인도에서 가장 저가폰인 아이폰7도 일반적으로 약 55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애플이 이미 단종한 아이폰SE 같은 제품은 현지에서 250달러에 팔린다.
아이메시지와 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 에어드랍 등 아이폰 소프트웨어 기능도 인도 등 신흥시장 구매자들에게는 매력적이지 않다고 WSJ는 지적했다. 이들은 페이스북과 왓츠앱 메시징 서비스를 사용해 친구와 연락하고 뉴스와 기타 콘텐츠를 소비한다.
이런 애플의 부진은 미국의 다른 IT 대기업들이 인도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과 대조된다. 아마존닷컴은 인도 전자상거래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구글과 페이스북은 온라인 광고시장을 장악했다. 넷플릭스와 매치그룹의 틴더도 인도에서 손꼽히는 인기 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