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칼럼] 우주에서 결혼식

입력 2019-01-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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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저술인협회장

1902년 조르주 멜리어스 감독은 영화 ‘달세계 여행’에서 기묘한 특수효과를 동원해 달나라에 착륙한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 당시만 해도 인간이 달에 갈 수 있다는 것은 황당무계한 상상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고작 70년도 지나지 않은 1969년 7월 20일, 전 세계인은 안방에서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 표면에 첫발을 내딛는 암스트롱의 모습을 숨죽이며 지켜보았다. 인간이 최초로 지구를 떠나 우주의 지상에서 발을 디딘 것이다.

이후에도 우주 연구는 계속 진행되었는데 인간의 욕심은 한도가 없다. 한마디로 우주인만 우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일반 지구인들도 우주여행을 맛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꿈, 즉 전문 우주인이 아닌 일반인들도 우주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은 미국인 기업인 데니스 티토가 2001년 4월, 무려 2000만 달러라는 거금을 지불한 후 러시아의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하여 8일간을 머물다 귀환함으로써 증명했다. 나이 60살, 키 164㎝, 체중 63㎏의 티토는 ISS에서 사진이나 비디오를 찍으면서 그야말로 관광객으로 모든 일정을 보냈다. 8일 동안 우주선 안에 탑승하는 조건으로 2000만 달러를 지불한다는 것이 매우 비싸다고 생각할 사람들이 많겠지만 티토의 우주관광은 상업 우주여행 시대가 열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일단 일반인들도 우주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자 보다 야심적인 우주여행이 각지에서 계획되고 있는데 지상 100㎞ 상공에서 우주 결혼식을 올리자는 아이디어도 그중 하나이다. 예식은 비행기형 로켓인 우주 비행선이 출발하면서 시작된다. 곧바로 무중력 상태로 들어가는데 이때 신랑과 신부는 혼인 서약을 하고 하객들은 이 모습을 지상에서 인터넷을 통해 지켜본다. 시간은 단 5분.

사실 우주결혼식에 따른 기술적인 문제는 이미 해결된 상태이다. 간단하게 말해 ISS와 같은 우주정거장이나 인공위성의 궤도까지 올라가 장시간 머무는 ‘궤도 여행’이 아니라 인공위성 궤도보다는 낮은 100㎞ 고도까지 올라가 몇 분간 머문 뒤 다시 내려오는 것이다. 우주에서 무중력 상태를 맛만 보는 것이지만 결혼식 등을 올린 후 지구를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

이 방식의 장점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으로 최초의 우주관광객인 데니스 티토가 지불한 2000만 달러에 비하면 거의 100분의 1 정도로 가능하다. 이와 같이 우주여행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준궤도 여행용 우주비행선은 우주여행을 마친 뒤 본체가 항공기처럼 활강해 착륙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같은 우주선으로 여러 차례 재사용이 가능하다.

현재 우주여행을 기획하고 있는 우주여행사는 한두 곳이 아니다. 버진 갤럭틱이 추진하고 있는 ‘스페이스십2(Space Ship Two)’는 조종사 2명이 탑승하며 6명의 승객이 탈 수 있는데 지난해 12월 13일 ‘스페이스십2’를 우주 경계인 상공 80㎞까지 쏘아 올리는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비행선에는 미 항공우주국(NASA) 출신 우주 비행사 2명이 탑승했는데 민간기업에서 개발한 유인(有人) 비행선이 우주 공간까지 날아간 것은 처음이다.

버진 갤럭틱은 올해부터 민간 우주여행 사업을 본격 시작하는데, 경비는 1인당 25만 달러로 벌써 600명이 신청했다고 알려진다. 우주에서의 결혼식이 결코 허언이 아닌 시대가 된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사는 우주결혼식이나 우주여행을 위해 특별한 훈련이 필요하느냐이다. 영화 등을 보면 우주인들이 혹독한 우주 비행을 위한 훈련을 하는데 이런 훈련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사실 많지 않다. 결론을 먼저 말한다면 미래에는 일반인들이 비행기를 타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우주여행을 할 수 있다. 물론 간단한 건강 테스트와 사전 교육은 필수적이지만 전문 우주인처럼 1년 정도 훈련을 받을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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