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디트로이트에서 14일(현지시간) 개막한 북미 오토쇼에 집결한 CEO들은 미국 정부와 의회에 무역 전쟁과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중지) 등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가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은 추가 관세를 피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3월 초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면 미국은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관세율을 현재 10%에서 25%로 높이는 등 무역 전쟁이 더욱 격화한다.
또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멕시코, 캐나다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새 협정에 합의했지만 아직 의회 승인이 나지 않았다.
자동차 업계는 트럼프 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인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도 고통 받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57억 달러 규모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미국은 지난달 22일 시작된 사상 최장기 셧다운 기록을 이어나가고 있다.
중국 자동차 업체 GAC는 미·중 무역 전쟁 여파로 미국시장 진출 시기를 올해 말에서 내년 상반기로 연기했다. GAC는 미국 자동차시장 진출 첫 중국 브랜드를 목표로 하는데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마이크 맨리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FCA) CEO는 이날 오토쇼에서 기자들에게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로 우리의 올해 비용이 3억~3억5000만 달러(약 3364억~3925억 원) 늘어날 것”이라며 “지난해 미국 판매를 기준으로 하면 대당 135~160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셧다운에 새 픽업트럭 모델들의 승인도 지연되고 있다”며 “트럭은 자사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은 차량이다. 셧다운이 빨리 해결될수록 좋다”고 호소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 북미법인의 밥 카터 판매 담당 부사장은 “미국에서 생산하는 도요타 차량의 96%가 미국산 철강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높은 관세비용으로 가격을 세 차례나 올려야 했다”며 “관세로 자동차 가격이 대당 평균 600달러 올라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마크 로이스 제너럴모터스(GM) 사장은 “역풍이 불고 있다”고 한탄하면서 “이런 역풍을 상쇄하면서 사업을 꾸려나가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메리 바라 GM CEO는 지난 11일 투자자들에게 “관세비용과 전기차 투자에도 올해 순이익을 늘릴 것”이라며 “북미 지역 5개 공장을 폐쇄하고 약 1만5000명을 감원하는 계획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북미법인의 브라이언 스미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새 NAFTA인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의 의회 비준이 필요하다”며 “공급망을 조정하려면 명확성이 요구된다. 너무 오랫동안 비준이 미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업체들이 받을 타격은 이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정부는 수입차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추가 관세를 부과할지 저울질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에 추가 관세가 붙으면 미국산이 영향을 받지 않더라도 유럽과 아시아산 자동차 가격이 급등해 판매가 침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