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공장 조기 가동과 프리미엄 전략 등 업체들의 발 빠른 대처가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22일 업계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미국 세이프가드 대상에 오른 세탁기 품목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총 1억7800만 달러(2007억 원)로, 전년(3억1900만 달러)보다 무려 44.2%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세이프가드 '직격탄'을 맞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와 테네시주의 현지 공장을 예정보다 빨리 가동하면서 세이프가드에 대응한 게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미국 수출길이 막힌 세탁기를 흡수할 대체 시장 물색도 난항을 겪으면서 지난해 전체 세탁기 수출액도 6억5600만 달러(7397억 원)로, 전년(10억6300만 달러)보다 38.3%나 줄었다.
미국 정부는 1년 전인 지난해 1월 22일(현지시간) 외국산 세탁기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으며, 같은 해 2월 7일부터 정식 발효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위세에 눌려 고전을 면치 못하는 월풀 등 자국 기업들을 살리기 위한 조치였으나 현지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영향력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기준 미국 세탁기 시장의 업체별 점유율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약 19%와 18%로, 1·2위를 차지했다. 이는 1년 전의 합계 점유율(36%)보다 오히려 1%포인트 오른 것이다.
반면, 월풀은 세이프가드 발효 이전 16%대에서 올해는 15%대로 떨어지며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는 세이프가드 발효 초기에 추가 관세를 반영해 현지 세탁기 판매가격을 올렸고, 이에 따라 구매율도 다소 떨어졌다"면서 "그러나 현지 공장이 가동되면서 이런 문제는 거의 해소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두 업체가 프리미엄급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에도 한국 가전업체들이 기술력을 토대로 현지에서 선전하고 있으나 해외생산 비중 확대로 인한 수출 감소와 국내 일자리 창출 차질은 심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됐다.
무역협회 문병기 수석연구원은 "국내 업체들의 세탁기 해외생산 비중은 지난 2017년 기준 86.9%에 달한다"면서 "미국 세이프가드에 따른 미국 현지 공장 가동, 중국 및 일본 업체들과의 경쟁 심화,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수출은 감소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