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작년 경제성장률이 2.7%로 2017년 3.1%에서 큰 폭 추락했다. 2012년(2.3%)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의 결과다.
수출과 재정 투입이 떠받친 성장률이다. 지난해 민간소비는 2.8% 신장에 그쳤고, 정부소비가 5.6% 늘면서 11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세금을 대규모로 쏟아붓지 않았다면 훨씬 낮은 성장률을 피하기 어려웠다. 수출은 반도체가 버텨 4.0% 증가했다. 반면 설비투자는 1.7% 감소해 9년 만에 최저였다. 특히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건설투자가 4.0% 줄어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가장 부진했다. 작년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같은 외부 충격도 없었다. 오히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가 호황이었는데 우리만 거꾸로 갔다. 성장 전략과 경기 대책 부재 등 내부 요인에서 비롯된 저성장이다.
자동차·조선·철강·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이 쇠퇴하면서 경제의 뿌리가 흔들리는데 투자는 갈수록 위축돼 새로운 성장동력이 키워지지 않고 있다. 경쟁국은 법인세 인하, 규제 철폐 등에 힘을 쏟고 있는 반면 우리는 역주행 정책만 쏟아냈다.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운 최저임금 과속 인상이 최악의 ‘고용 쇼크’를 불렀다. 고질적 고비용·저생산 구조개선을 외면한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제로 등 노동 편향 정책은 기업 부담만 늘렸다. 첩첩이 쌓인 규제 또한 기업 투자를 얼어붙게 하는 최대 걸림돌이다.
문제는 올해 전망이 더욱 암담하다는 점이다. 사방에 악재만 가득하다. 미중 무역분쟁과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세계 경제는 급격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5%로 내다봤다. 3개월 전 제시한 3.7%에서 0.2%포인트나 낮췄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의 의존도가 가장 높은 중국이 지난해 28년 만에 가장 낮은 6.8% 성장에 그쳤다. 중국 경제 경착륙이 한국 수출과 경제 전반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벌써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새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수출은 작년에 비해 14.6%나 줄어든 257억 달러로, 특히 수출의 버팀목이었던 반도체가 28.8%나 감소했다.
정부의 올해 성장 목표는 2.6∼2.7%다. 하지만 수출이 꺾이고, 고용 악화가 소비를 더 얼어붙게 만들면서 올해 2%대 초반 성장도 버겁다는 비관적 전망이 많다.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지고 있는 데 대한 정부의 비상한 위기인식이 요구된다. 세금을 쏟아붓는 정부 투자는 단기 처방에 불과하고,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의 한계도 분명하다. 민간 기업 투자를 살리지 않고는 경제의 추락을 막기 어렵다. 투자가 주도하는 성장 전략으로의 방향 전환, 기업 활력 회복을 위한 총력 지원 말고는 달리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