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중에 지은 시조 ‘한산섬 달 밝은 밤에’의 종장은 “어디서 일성호가(一聲胡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로 끝난다. 큰 전쟁을 앞두고 나라의 운명을 생각하며 깊은 시름에 잠겨 있는 터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한 가닥의 피리소리는 남의(이순신 장군 자신의) 애를 끊어 놓으려 한다는 뜻이다. 이순신 장군의 나라와 겨레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시조이다.
‘애를 끊다’는 말 외에도 ‘애타다’, ‘애쓰다’, ‘애먹다’ 등 ‘애’가 들어가는 말이 많다. 애는 창자의 옛말이기도 하고 간이나 쓸개의 옛말이라고도 하다. 나중에는 어느 장기 하나만을 칭하는 말이 아니라 오장육부 전체를 다 칭하는 말로 그 뜻이 확대되어 ‘속’이라는 말과 같은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애가 탄다는 말은 몹시 답답하거나 안타까워서 온갖 내장 즉 속이 타들어간다는 뜻이다. 속이 끓는다고도 한다.
애를 쓴다는 말은 온갖 내장은 물론 마음까지 다하여 뭔가를 이루려고 힘쓰는 것을 이름한다. 내 ‘속’의 모든 역량을 다하고자 하는 것을 애쓴다고 하는 것이다. 애를 먹는다는 것은 애가 타든 애를 쓰든 간에 속이 온통 상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을 꿀꺽꿀꺽 삼키며 견뎌내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나라 걱정으로 애가 타고, 나라 일을 하느라 애를 쓰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이라면 내가 애를 먹더라도 애써 그 일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텐데 요즈음 보도에 오르내리는 정치인들을 보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애타고 애쓰고 애먹는 사람은 아예 없는 것 같다. 더욱이 이순신 장군처럼 나라 걱정으로 인해 그렇잖아도 끊어질 듯 쓰라린 창자인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리소리가 다시금 그 창자를 끊어내려 한다는 감정을 느끼는 정치인은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 개인의 욕심을 채우려 들고 당리당략만을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판을 치고 있다. 게다가 언론은 그런 정치인들의 말장난과 말싸움을 흥미 위주로 보도하고 있는 듯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