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투자은행(IB)인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잔액 규모가 올해 10조 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대상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3곳이다.
25일 한국신용평가 분석에 따르면 올해 이들 3사의 발행목표 합산은 11조 원 규모다. 한신평은 최초 발행어음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발행 잔액이 10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2호 사업자인 NH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인가를 받았다. KB증권은 올해 초 발행어음 인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신평은 지난해 9월 기업신용공여 한도가 100%에서 200%로 확대되면서 기업금융부문 이익창출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도소진율이 높은 NH투자증권과 KB증권의 경우 즉각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초대형IB의 정책환경은 우호적이라고 내다봤다.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추가자금 조달과 사업기회가 제공되고, 기업신용공여 한도 확대로 기업금융 업무지원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영업환경은 다소 비우호적이라고 관측했다. 주가지수 하락과 글로벌기업 경기침체 우려로 관련수익 창출이 어려운 가운데, 적극적인 위험인수로 신용위험이 확대돼 대손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김영훈 한신평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선임연구원은 “운용자산의 위험값 수준이 증가 추세인데, 이는 2016년 이후 자본확충에 따른 운용자산의 증가보다 총위험액 증가가 더 가팔라 위험값이 높은 투자가 늘어난 것으로 판단된다”며 “위험관리 능력에 따라 초대형 IB의 신용도가 차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올해 금융자문, 유동성 및 신용공여, 기업대출, 대체투자 등 IB 부문 수익이 증권업 수익규모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며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투자여력에 따른 실적 양극화가 예상된다. 증권사 간 대동소이한 사업포트폴리오와 자본규모 격차가 영업경쟁력 양극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대형사들의 시장지배력 확대는 사업안정성의 위협요인”이라며 “차별화된 사업기반 확보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심 결과는 이후 발행어음 시장 규모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8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 1673억 원을 특수목적법인(SPC)인 ‘키스아이비제16차’에 대출했다. 키스아이비제16차는 해당 자금으로 LG실트론(현 SK실트론) 지분 19.4%를 인수했다.
금융감독원은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SPC를 거쳐 최태원 SK그룹 회장 개인대출에 부당하게 사용됐다고 판단해 제재심을 진행 중이다. 자본시장법은 초대형 IB의 발행어음 영업 시 개인대출이나 기업금융 업무와 관련 없는 파생상품 투자를 금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