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29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2019 회계연도 1분기(2018년 10~1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한 843억1000만 달러(약 94조34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0.5% 줄어든 199억7000만 달러였다. 매출과 순익이 모두 줄어든 건 2016년도 4분기 이후 아홉 분기 만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전화 회견에서 “중국의 경제 상황은 우리의 당초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고 토로했다.
애플은 17년 전인 2002년 6월에도 닷컴 버블 붕괴 여파로 실적 예상을 하향 조정했다. 당시 CEO였던 고 스티브 잡스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는 몇 가지 놀라운 신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적었다. 이후 아이폰이라는 스마트폰을 출시함으로써 큰 성장 동력을 얻었다.
그러나 현재는 확연히 다르다. 시장에서는 애플이 잡스 시대의 혁신의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회의론이 팽배하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애플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16년 이후 9%로 제자리 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 화웨이테크놀로지는 2018년 중국 시장 점유율을 3년 전의 약 2배인 27%까지 늘렸다. 지금까지 애플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첨단 기기 개발에서 경쟁사와의 격차를 늘렸지만,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크게 뛰어오르면서 아이폰과 같은 성능의 제품을 반값 이하에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여기다 애플은 아이폰의 세계 판매 대수가 한계점에 도달한 3년 전부터 대당 단가를 인상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진, 저가폰이 대세인 인도 등 다른 신흥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이폰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현재 비즈니스 모델에 한계가 왔다는 의미다.
그래서 애플이 아이폰을 대체할 핵심 사업으로 주목하는 게 바로 서비스 부문이다. 여기에는 앱 다운로드 서비스 ‘앱 스토어’나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아이클라우드’등이 속한다. 쿡 CEO도 이날 전화 회견에서 이 점을 언급했다. 1분기 서비스 부문 매출은 전년보다 19% 증가한 109억 달러로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돌파해 전체 매출의 13%를 차지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사업 부문별 매출 총 이익에서도 서비스 부문은 63%로 아이폰과 맥 등의 제품 부문(34%)을 크게 웃돌았다.
2018년 말 시점에 애플이 보유한 현금은 약 447억 달러. 그동안 애플은 수중의 자금을 자사주 매입 등에 썼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서비스 개발로 돌려 단말기 의존도를 탈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애플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근교에 자체 콘텐츠 제작 기지를 건설 중이며, 연 10억 달러를 투자해 올 하반기에는 정액제 동영상 서비스 사업에 본격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분야에서는 세계 최대인 넷플릭스를 뛰어넘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넷플릭스는 작년에 적어도 80억 달러를 콘텐츠 관련 부문에 쏟아부었다. 미국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의 장 필립 비라녜 파트너는 “애플은 음악 스트리밍에서 혁신을 일으킨 기업이지만 동영상 스트리밍 분야에서도 성공할지 판단하기는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또 쿡 CEO가 올초 미국 잡지 기고에서 “소비자는 무책임하게 방대한 이용자 정보를 수집하는 기업과 정보 유출 등을 용인할 필요는 없다”며 소비자 정보를 이용한 광고 사업으로 돈을 버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을 견제한 만큼 향후 애플이 어떤 방식으로 광고 수익에 의존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