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로체, 효자 노릇 할까

입력 2008-06-25 08:53 수정 2008-06-2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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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공개된 후 시판에 들어간 로체 이노베이션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기아차에 따르면 로체는 출시후 사흘 만에 2400대가 계약돼, 초반 스타트를 잘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구형인 로체 어드밴스도 순조롭게 판매돼 월간 중형차 판매대수의 약 16%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아차는 로체 이노베이션을 내놓으면서 월간 판매대수를 약 5천대로 잡았다. 이는 국내 중형차 시장의 약 25% 정도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 정도의 물량이면 중형차 시장에서 2위 자리로 뛰어오를 수 있다.

▲로체, 무엇이 바뀌었나

기아차는 로체 이노베이션의 장점을 알리기 위해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시승회를 열고 있다. 기자도 새차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로체 이노베이션의 운전대를 잡았다.

실내는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대로지만 세부적으로는 약간 변화를 줬다. 우선 두 개이던 클러스터를 세 개로 나눠서 시인성을 높이고 스포티한 감각을 불어넣었다. 이 계기판에는 새차에서 가장 강조하는 포인트가 숨어 있다. ‘에코 드라이빙 시스템’이 바로 그것.

이 장비는 엔진회전수가 경제적인 구간(대략 1500~2500rpm) 이내에 들어올 경우, 에코 마크가 파란색으로 점등되도록 해서 운전자의 경제적인 운전을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급가속으로 이 구간을 초과하면 램프가 빨간색으로 변하며, 공회전 때나 일상적인 주행상황에서는 흰색으로 바뀐다.

램프를 통해 경제구간을 알리는 시도 자체는 좋아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운전하면서 이 상태를 일일이 확인한다는 것은 안전운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시선이 전방과 계기판으로 분산되기 때문. 다만 여러 차례 경험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어느 정도의 구간에서 경제운전이 가능한지는 파악할 수가 있다.

문제는 이 '에코램프'가 수동 변속모드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 수동 변속모드를 도와주는 다이내믹 시프트까지 적용한 마당에, 그 상황에서 에코램프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로체 이노베이션에서 달라진 부분 중 하나인 다이내믹 시프트는 국산 중형차로는 처음 적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패들 타입의 시프트를 핸들 안쪽에 장착해 기어에 손을 대지 않고도 변속이 가능한 장비다. 수입차 중 렉서스 IS250, 폭스바겐 골프 GTI 등에 장착된 장비이기도 하다.

다이내믹 시프트에 대한 평가는 결론적으로 말해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패들 시프트를 장착한 모델들은 6단 이상의 변속기를 장착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로체 이노베이션은 기존의 4단 기어를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민첩한 변속을 위한 패들 시프트가 무색하게 각 기어간의 기어비 폭이 너무 넓다.

로체 이노베이션이 높아진 출력에도 불구하고 넘치는 파워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변속기가 이를 따라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이내믹 시프트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6단 이상의 기어에 촘촘한 기어비로 설계해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있다.

물론 이는 2000cc급 국산 중형차의 공통된 문제이기는 하다. 또한 덩치가 큰 현대 쏘나타나 르노삼성 SM5, GM대우 토스카보다 로체의 주행성능이 더 나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패들 시프트를 달기 위해서는 변속기 자체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로체는 데뷔 때부터 핸들링을 강점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번에 시승한 이노베이션은 이러한 로체의 강점을 더욱 다듬어서 만족스러운 핸들링을 보여주었다. 수입 스포츠 세단의 ‘칼날 같은’ 핸들링은 아니지만, 쏘나타의 물침대 같은 승차감과 달리 일상적인 주행에서 매우 편안하고 안정감 있는 주행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로체, 중형차 2위 탈환 가능한가

일단 기아차는 로체의 초반 선전에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피터 슈라이어가 손 댄 로체의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평가도 호의적이다. 직선을 강조한 앞모습과 영롱한 램프가 빛을 발하는 뒷모습이 구형에 비해 훨씬 세련돼 보인다. 일반인들이 차를 고를 때 디자인에 가장 먼저 관심이 간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이는 장기적인 전망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부분이다.

문제는 2위 싸움을 벌일 르노삼성 SM5의 활약 여부다. 최근 리콜 사태로 주춤하기는 했지만, 르노삼성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와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2위 탈환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로체가 처음 데뷔했을 때 실패한 부분 중 하나가 지나치게 빠른 택시모델의 투입이었다. 이로 인해 초반에 대량물량을 확보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결과적으로 로체의 이미지가 ‘저가형 모델’로 굳어지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반면 SM5는 상대적으로 약간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SM7과 같은 플랫폼을 쓴다는 이유로 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잘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차이가 수요자들의 만족도를 가르는 요소가 됐다는 점을 기아 측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마케팅 능력에서 중형차 시장 2위 자리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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