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아 검찰에 소환된 모 회사 대표가 포토라인에서 기다리는 기자들을 피해 조용히 조사실로 직행했을 때도 “얼마나 큰 죄를 지었길래 도망쳤나”라고 무심코 생각했다.
창피한 일이지만, 포토라인이 만들어지게 된 경위도 알려고 하지 않았다. 1993년 1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빚어진 몸싸움과 출혈 사태로 인해 포토라인이 탄생했음을 알지 못했다. 이 또한 반성한다.
지난달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포토라인을 무시하고 지나치면서 ‘포토라인’에 대한 논쟁에 불이 붙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죄를 지었다는 ‘의심’을 받을 뿐인 인사를 포토라인에 세워 망신을 주는 ‘현대판 멍석말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검찰이 소환된 피의자를 압박하는 카드로 ‘포토라인’을 활용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기는 좋지 않다. ‘재판거래’, ‘판사 블랙리스트’ 등으로 점철된 사법부의 비리 의혹이 불거지는 과정에서 튀어나온 논쟁인 탓이다. 그럼에도 포토라인에 대해 되짚어 볼 때인 것은 분명하다. 그간 언론이 포토라인의 순기능보다 부정적 영향을 부각시켰다는 자가반성이 필요하다.
다만 무조건적 폐지로 몰고 가는 것은 섣부른 판단으로 보인다. ‘국민의 알 권리’와 ‘취재 질서 유지’를 지키면서도 ‘무죄 추정의 원칙’과 ‘인권 침해’ 요소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는 데 머리를 모을 때다.
대검찰청은 상반기 법조계, 언론 등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 ‘포토라인’에 대해 연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치열한 논쟁을 통해 현명한 판단이 내려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