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부진을 만회할 모멘텀이 마땅히 없다는 점에서 자칫 장기 불황이 나타난 2015~2016년의 악몽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달 설 연휴로 조업일수가 3일(2월 4~6일) 줄었다. 설 연휴가 있었던 작년 2월과 비교해 조업일수가 하루 더 짧다. 정부 관계자는 “조업일수가 하루 줄면 수출이 22억 달러 정도 줄어든다”면서 “반도체 경기 하강과 국제유가 하락, 세계경제 둔화, 미·중 무역분쟁 여파 속에 조업일수 감소 악재가 더해진 이달 수출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만약 이달 수출이 전년보다 줄면 35개월 만에 3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게 된다. 작년 12월과 1월 수출은 반도체(D램 수요 감소 및 가격하락), 석유화학(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단가 하락) 등 주력품목 부진과 세계경제 둔화 여파로 전년에 비해 각각 1.2%, 5.8% 줄었다.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가 3개월째 이어지는 등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타격도 본격화하고 있다. 여기에 조만간 결론이 날 미국의 수입차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여부도 우리 수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최근의 수출 부진이 수출 불황이 극심했던 2015~2016년과 비슷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당시 세계경제 둔화와 유가하락, 자동차업계 파업 및 신형 스마트폰 단종 등의 대내외 악재가 우리 수출을 짓눌렀다. 이로 인해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19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가 이어졌다. 특히 이 시기에는 수출을 끌어올릴 만한 모멘텀의 부재가 수출 부진 장기화의 주요인이었다. 3개월 연속 수출 감소가 예상되는 현재 상황도 상승 모멘텀이 마땅히 없다는 점에서 2015~2016년 때처럼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올해와 2015~2016년에는 세계경기 둔화와 국제유가 하락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고,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하강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수출이 불황의 늪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세안 등 신흥국으로 시장을 다변화해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수출 제고를 이끌 제품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