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가장 취약한 고리 가운데 하나인 영세 자영업자들의 대출 부실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금융 시스템에 충격을 가져올 위험이 커지고 있다. 차주(借主)가 늘고, 이들이 채무상환을 이행하지 못하는 대출연체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이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자영업자(개인사업자)들의 금융권 대출은 차주가 194만6113명으로 2017년 177만9915명에 비해 9.3% 증가했고, 이들 중 채무불이행자(연체 90일 이상)는 2만7917명으로 1.43%에 이르렀다. 2017년 말의 1.32%에 비해 0.11%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자영업자 채무는 432조2000억 원 규모였다. 사업자로서의 기업대출만 따진 것이다. 자영업자들이 개인 자격으로 받은 가계대출도 적지 않다. 한국은행은 작년 2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채무를 가계대출 210조8000억 원, 기업대출 379조9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실제로 자영업자들이 금융권에 진 빚은 600조 원을 훌쩍 넘고, 700조 원에 육박한다는 얘기다. 1인당 평균 대출 규모는 3억5000만 원 이상이다.
문제는 자영업자 대출의 건전성이 일반 가계대출보다 훨씬 나쁘다는 데 있다. 차주들 대다수가 저신용·저소득자들이다. 경기침체로 직장에서 밀려난 계층이 생계형 자영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일반 가계의 주택담보대출보다 대출상환 여력 또한 크게 떨어진다. 가계대출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금융권 영업이 우량 차주에 집중되면서 채무불이행자 비율도 2017년 말 3.91%에서 작년 3.74%로 개선됐다. 자영업자 연체 증가를 심각하게 봐야 할 이유다.
우리 금융의 최대 뇌관으로 자영업자 대출의 취약성이 손꼽힌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출 규모가 크고 가계부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늘어난 데다, 저신용·저소득자들의 생계유지용 대출도 많다. 금리인상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하고, 경기가 나아지지 않으면 대출을 또 늘리거나 문을 닫는 수밖에 없다. 저소득·저신용·다중채무의 늪에 빠져들 위험성이 어느 계층보다 크다.
한은은 자영업자들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일반 근로자들의 1.4배 수준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시중금리도 상승 추세다. 그렇지 않아도 최저임금 과속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생존의 어려움을 겪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이자 부담까지 가중되면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
자영업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한국 경제의 구조 개선을 위한 실효적 해결책도 보이지 않고, 가라앉은 내수경기 회복도 당장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자영업이 무너지면서 이들의 부채가 급속히 부실화되고 전반적인 금융위기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다급한 위기로 다가오고 있는데도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자영업 부채의 폭발성만 자꾸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