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법원이 성범죄 피해자의 사건기록을 열람복사할 경우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익명처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배우자인 A 씨는 법원의 사건기록 열람ㆍ복사 담당자가 피해자 인적사항이 기재된 복사본을 가해자 측 변호사에게 교부해 피해자의 신상정보가 유출됐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인권위는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유출한 법원에 대해 “피진정인을 주의 조치하고, 사건기록 열람 및 복사 과정에서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신상정보가 유출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또 법원행정처장에 대해선 “‘재판기록 열람·복사 규칙’ 및 예규 등을 개정하여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비실명 조치하도록 명문화하는 등 관련 절차 및 규정을 정비할 것을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검찰은 사건기록 열람복사 신청 교부 시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생명신체의 안전, 생활 평온 등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 그 범위를 제한할 수 있도록 검찰사무규칙에 규정하고 있다.
반면, 법원의 재판기록 열람ㆍ복사 규칙 및 예규에는 이러한 경우를 비실명화 조치 사유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인권위가 A 씨의 진정사건을 조사한 결과, 성폭력범죄 사건 가해자 측 변호사 사무실 직원이 법원에 사건기록 복사를 신청해 교부받는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인적사항이 그대로 기재된 사본을 교부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가해자 측 변호사는 사본에 적힌 피해자의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을 보고 공탁금 신청서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했다.
인권위는 법원 담당자의 부주의로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가해자가 쉽게 알 수 있는 상황에 놓여 피해자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인권위는 이 같은 피해자 인적사항 노출로 피해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관련 규정에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신상정보에 대한 비실명화 조치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책임이 전적으로 법원 담당자 개인에게만 있다고 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