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회가 ‘페이스북은 디지털 깡패(digital gangster)’라며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영국 하원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 위원회(DCMS)가 이같은 내용이 담긴 ‘허위 정보와 가짜뉴스’란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CNBC 방송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위원회는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 미디어 회사들을 18개월에 걸쳐 조사한 내용을 110쪽 짜리 분량의 보고서로 전날 발표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페이스북이 고의로 개인정보보호법과 반경쟁활동규제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하며 “페이스북을 포함한 소셜미디어 회사들을 정밀조사하고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유해하거나 불법적인 콘텐츠를 다룰 윤리강령을 제정하고 독립 규제기구를 설립해 강령을 위반하는 회사에 무거운 벌금을 물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페이스북 같은 회사들이 온라인 세상에서 법 위에 군림하는 디지털 갱단으로 행동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보고서의 상당 부분은 페이스북의 사용자 데이터 악용 관행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을 다루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영국 데이터 분석회사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를 통해 사용자 8700만 명의 정보가 유출된 사실로 홍역을 치렀다. 이 사건 때문에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미국과 유럽의회 청문회에 출석하기도 했다. 영국 의회 보고서는 페이스북의 이런 관행이 실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한 영국 의회 출석 요청을 거부하고 직원을 보낸 저커버그의 리더십도 문제 삼았다. 데미안 콜린스 위원회 의장은 “저커버그가 세계 최대 기업의 최고 경영자로서 책임감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위원회 웹페이지에 밝혔다.
위원회는 또 페이스북과 미국 앱 개발업체 ‘식스포쓰리(Six4Three)’의 캘리포니아 소송 관련 내부 이메일도 공개했다. 이메일은 페이스북이 회사 직원에게 사용자의 개인 데이터에 대한 특별 액세스 권한을 부여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스포쓰리는 25만 달러를 투자한 자사의 앱이 페이스북에서 삭제되자 자사가 보관하고 있는 캐시(컴퓨터 고속 장치)를 증거로 제시하며 페이스북이 적극적으로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악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문제점을 알고도 은폐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구체적인 권고 방안도 제시했다. 일단 ‘해롭거나 불법적인 콘텐츠’를 배포하지 않도록 IT기업들에게 법적인 책임을 명확히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윤리규정을 만든 뒤 독립적인 외부 규제 기관이 감시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영국 정부가 위원회의 주장을 얼마나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상당 부분이 앞으로 수개월 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