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또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적근로제 도입으로 우려되는 노동자의 과로를 방지하고 건강 보호를 위해 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의무화했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는 19일 제9차 전체회의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제도 개선에 대해 이 같이 합의했다.
탄력근로제는 일정 단위 기간 중 일이 많은 주의 노동시간을 늘리는 대신, 다른 주의 노동시간을 줄여 평균치를 법정 한도 내로 맞추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2주 이내 혹은 3개월 이내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먼저 탄력근로제 최대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되,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근로제 도입에 따른 건강권 확보를 위해 근무일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의무화한다. 다만 불가피한 경우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가 있는 경우엔 이를 따르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를 통해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하도록 함으로써 과로를 방지할 수 있도록 했다.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근로제에 대해서는 주별로 근로시간을 정하고, 최소 2주 전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노동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이 위원장은 "서면 합의시 사용자가 예측하지 못한 천재지변, 기계 고장, 업무량 급증 등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한 경우 정해진 단위 기간 내 1주 평균 근로시간을 유지하면서 근로자 대표와의 협의를 거쳐 주별 근로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탄력근로제 도입에 따른 노동자 임금 감소를 막을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면 1주 법정 노동시간 한도가 늘어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로 인정되는 노동시간이 줄고 이는 가산 수당의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
이 위원장은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근로제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자는 임금 저하 방지를 위한 보전 수당, 할증 등 임금 보전 방안을 마련해 이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하고 신고하지 않은 경우에는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그는 "위 사항들은 주 최대 52시간제 시행에 맞춰 단계적으로 적용한다"며 "정부는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근로제의 도입과 운영 실태를 향후 3년간 면밀히 분석하고 그 문제점을 파악하며 제도 운영에 관한 상담 및 지원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에 전담 기구를 설치한다"고 설명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의 사회적 대화는 난항을 거듭했다.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경영계와 노동자 건강권과 임금보전이 우선 논의돼야 한다는 노동계의 입장차가 컸기 때문이다.
이철수 위원장은 “이번 합의 정신을 존중해 국회가 입법과정에 잘 반영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경사노위 산하 8개 업종별·의제별 위원회에서는 탄력근로제를 비롯해 국민연금 개혁, ILO 핵심협약 비준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정책 현안들이 사회적 타협기구로 넘어가 줄줄이 표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카풀 공유서비스의 경우 택시 업계의 반발이 격화하자 정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사회적 대타협기구로 넘겼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택시ㆍ카풀 업계가 지난달 22일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출범시켰으나, 3번째 회의가 택시 기사 분신으로 11일 중단된 이후 4번째 회의 날짜도 잡지 못하고 있다. 택시 업계는 카풀 도입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전망도 불투명하다.
정부는 국민연금 고갈을 막으려면 보험료율을 더 많이 올리거나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방법을 제시해야 하는데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서도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며 결정을 미루고 있다.
정부는 각계의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경우가 많아 여의치 않다. 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 경사노위는 그동안 제기된 노동계와 경영계 입장 등만 정리해 국회에 제출하면 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논의를 활성화하는 것은 옳지만 정부가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이해관계 조정과 국민을 설득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