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할 게시물을 명확히 특정하지 않았다면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저작권 침해 게시물이 올라온 것에 대해 부작위에 의한 방조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손모 씨가 카카오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환송했다고 3일 밝혔다.
앞서 당구 관련 온라인 강의 동영상 제공, 당구용품 제조 등의 사업을 하는 손 씨는 카카오를 상대로 15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손 씨는 유명 당구 선수 출신 강사가 출연하는 당구 강좌 동영상을 유로로 제공했는데, 카카오 회원들이 영상을 무단으로 올려 저작권을 침해했으며 카카오는 이를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카카오 측이 방조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손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에 따르면 손 씨가 카카오에 보낸 내용증명에는 카페의 대표주소만 기재돼 있었으며 저작권을 침해하는 영상을 특정할 자료가 부족했다. 자체적으로 파악한 게시물을 삭제한 카카오는 영상을 특정해 달라는 요청을 보냈으나 손 씨는 답변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카카오는 기술적·경제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저작권 침해 게시물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카카오가 관련 동영상을 삭제하고, 업로드되거나 검색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아 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다만 손 씨의 책임도 인정해 배상액 규모를 2억8000만 원으로 줄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재판부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부작위에 의한 방조 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손 씨가 제공한 검색어 등으로 검색되는 게시물이 저작권을 침해했는지를 명확히 알기 어려웠고, 카카오가 기술적·경제적으로 관리·통제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