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법무부가 화웨이테크놀로지 멍완저우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부회장을 미국으로 인도하는 절차를 허용하면서 화웨이 사태를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이 2라운드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캐나다 법무부는 성명을 통해 “당국에 인도 절차를 개시할 수 있도록 했다”며 “미국 측은 신병인도 절차를 진행할만한 충분한 증거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강하게 비판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2일 오전 루캉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긴급 논평을 발표해 이번 멍완저우 체포 사건이 “심각한 정치적 사건”이라며 미·중 간 화웨이 기술 전쟁이 정치 사태로 번졌음을 주장했다. 논평은 “캐나다 측의 견해만을 고집하며 멍완저우 여사의 인도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표명한 것에 강력한 불만과 완강한 반대를 표한다”며 “이미 엄정한 교섭을 제출한 상태”라고 전했다. 논평은 또 “멍완저우 사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명확·견고하다”며 “미국·캐나다는 쌍방 간 인도 조약을 남용해 중국 국민을 체포하는 것은 중국 국민의 합법적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 측이 멍완저우에 대한 체포 영장·인도 요청을 취소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며 “캐나다 역시 멍완저우를 석방해 그가 평안히 중국에 돌아올 수 있게 하라”고 덧붙였다.
캐나다 주재 중국 대사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중국은 캐나다 법무부의 결정에 매우 불만을 느끼며 확고하게 반대한다”며 “이번 사건은 중국 신기술 산업에 대한 정치적 학대”라고 주장했다. 또 “만일 캐나다가 법규와 사법적 독립 원칙을 준수하고자 한다면 미국의 인도 요청을 거부하고 멍완저우를 즉각 석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 검찰은 지난 1월 말 멍완저우의 신병 인도를 캐나다 측에 정식 요청했다. 미국 측은 멍완저우와 화웨이가 대이란 제재법을 위반하고 이란 측과 거래했으며 이를 위해 미국 은행들을 속였다며 기소했다.
캐나다 밴쿠버 소재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대법원에서 오는 6일 멍완저우 인도와 관련해 심리가 열린다. 현재 멍완저우는 보석 상태에 있으며 당국은 그의 출석을 요구했다.
멍완저우는 런정페이 화웨이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장녀다. 그가 지난해 12월 1일 미국 측의 요청을 받은 캐나다 당국에 전격적으로 구속되고나서 중국도 캐나다인들을 잇따라 구속하는 등 보복에 나섰다.
다만 WSJ는 “멍완저우가 미국으로 인도되기까지는 수 개월에서 길게는 수 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