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겉으로는 크게 대립했지만 협상 결렬이라는 파국을 피해야만 하는 이유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나는 미국이 지적재산권 보호, 기술 이전, 농업, 서비스, 통화 등 중요한 구조적 문제에 관한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이 같은 매우 생산적인 회담의 결과로 3월 1일로 예정된 미국의 대중 관세 인상을 연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도 같은 날 미국산 대두 1000만 t을 추가로 구입하기로 하면서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90여 일 이어온 미중 무역 갈등이 순조롭게 풀려가는 모양새이지만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 타결을 목적으로 미국 법을 정치에 이용하고 있으며 이에 사법당국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는 이유다.
트럼프는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에서 “무역 협정의 일환으로 중국 화웨이에 대한 기소를 취하할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기자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2주일 안에 그 모든 것을 논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화웨이에 대한 기소 취하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미국은 앞서 1월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이란 제재 위반으로 기소하고 화웨이가 미국 통신사 T모바일의 기술을 도용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기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에 대한 처벌 수위를 낮추기도 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제재 위반 및 허위 진술 혐의로 ZTE의 제품 판매를 금지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요청을 받아 금지령을 해제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이 미국 법을 위반한 사실이 분명한데도 무역협상 진전을 이유로 이를 철회하는 것은 미국의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동맹국과의 관계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캐나다는 미국의 요청으로 지난해 멍완저우 화웨이 CFO를 체포했다. 보석 상태인 멍완저우 부회장에 대해 미국은 신병 인도를 공식적으로 요청, 결국 캐나다는 1일 멍 CFO의 신병 인도 절차에 착수했다.
동맹국 미국을 위해 화웨이 설립자인 런정페이의 장녀를 전격 체포한 것은 캐나다에 큰 부담이다. 중국은 캐나다인들을 잇따라 구속하며 사실상 보복에 나섰기 때문. 외신들은 동맹국을 외교적으로 난처한 상황에 몰아넣었으면서도 트럼프가 변덕스럽게 중국에 ‘봐주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웨이를 향한 견제와 유화적 제스처가 오락가락하는 사이 화웨이는 반격에 나서고 있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지난달 18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멍완저우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의도가 불순하다는 점을 공격한 것이다. 또 “미국은 결코 우리를 짓밟을 수 없다”며 “미국이 더 많은 국가들에 한시적으로나마 우리 제품을 쓰지 말라고 설득해도 우리는 언제든지 사업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응수했다. 이어 “서쪽에서 불이 꺼진다 하더라도 동쪽은 여전히 빛날 것이다. 북쪽이 어두워져도 남쪽은 아직 남아 있다”며 “미국은 세계를 대표하지 않는다. 미국은 세계의 일부만을 대표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