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카드 수수료와 관련해 ‘가맹점 계약 해지’라는 강수를 뒀다. 다만 해지 시점에 여유를 둔 만큼 협상의 여지는 남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는 4일 신한과 삼성, KB국민, 하나, 롯데카드 등 5개사에 오는 10일부터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혔다. 기아차는 11일부터 해당 카드사와 계약을 해지한다.
앞서 현대차는 현행 수수료율을 유지한 상태에서 수수료율을 협상하자는 방안을 카드사에 제시했다. 그러나 카드사들이 이를 거부하자 예고했던대로 ‘가맹점 계약 해지’라는 카드를 꺼냈다.
카드사 약관에 따르면 카드사는 수수료 조정일로부터 1개월 전까지 가맹점에 서면으로 조정 사실을 통보하게끔 돼 있다. 가맹점은 통보받은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카드사가 일방적으로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상’하는 경우에 한해 가맹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앞서 국내 카드사들은 지난 1월말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2월 말 각 카드사에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회신했다.
회신문에는 ‘가맹점 계약 해지’가 언급됐으나 오는 10일까지라는 여지를 둬서 양측간 협상의 여지는 남은 상태다.
현대차 측의 회신에 대해 BC카드는 한 달간 인상된 수수료율 적용을 유예해달라는 현대차의 요구에 일주일간만 유예하겠다고 했다. BC카드도 유예 기한인 7일까지 수수료 조정이 타결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수수료율을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현대차 입장에서는 이번 주까지는 카드사와 협상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이들 카드사와 ‘가맹점 계약 해지’를 최종 확정해서 얻을 이익은 적다는게 자동차 업계의 분석이다. 카드사 역시 얻는 것보다 잃는게 많은 만큼 양측이 최악의 상황은 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신차를 카드로 결제하면 약 1% 정도 포인트를 적립해주는데 자동차 가격이 워낙 비싸 고객 입장에서는 이 포인트 적립 혜택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카드사로서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적지않은 고객인 셈이다.
반대로 신차 구매 고객 역시 현대차 또는 기아차를 구입하면서 카드 결제가 안 되면 다른 차로 옮겨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내수 시장 활성화에 나선 현대기아차 입장에서 결코 득이 될 리 없다. 특히 수입차로 이탈이 가속화될 경우도 감안해야할 상황이다.
상황은 나머지 국내 완성차 3사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현대차와 기아차의 수수료율이 다른 완성차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법적절차를 검토하고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카드사 측에 회신한 것"이라며 "협상 여지를 남겨둔 것은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