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의 배당금 총액은 2조5208억원으로 전년(2조3171억원)보다 8.8%(2037억원) 늘었다. 실적 개선뿐만 아니라 자산 가치보다 저평가된 주가 등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배당성향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풀이된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 합계는 10조4990억원으로 2011년(8조8322억원)보다 18.9%(1조6668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비율인 배당성향은 같은 기간 11.1%에서 24.0%로 가파르게 올랐다.
지주사별로 보면 KB금융이 759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금융(7530억원), 하나금융(5705억원), 우리금융(4376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배당성향은 하나금융(25.5%), KB금융(24.8%), 신한금융(23.9%), 우리금융(21.5%) 등 순이다.
금융지주 배당 증가 배경에는 펀더멘털과 비교해 낮은 주가 수준이 꼽힌다. KB금융 PBR(주가순자산비율)은 8일 기준 0.53배, 하나금융은 0.47배, 신한금융지주는 0.62배 등으로 1에 미치지 못한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KB·신한·하나금융의 배당성향이 상승한 것과 달리 우리금융은 반대 행보를 보였다. 이같은 4대 지주의 배당성향을 보면 앞으로의 경영 전략을 엿볼 수 있다.
하나금융은 전년대비 배당 성향을 3%포인트로 크게 높이면서 본격적인 주가 부양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이승열 하나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18년도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앞으로도 주주환원 정책을 계속할 것"이라며 고(高) 배당성향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KB와 신한의 경우 배당성향이 올라가긴 했지만 전년대비 상승 폭이 각각 1.6%포인트, 0.3%포인트로 크진 않다. 주주가치 제고와 M&A 실탄 마련이라는 양 측면을 모두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KB금융은 생명보험 인수에 관심이 있고 최근 증권·카드사 인수 의향도 피력했다. 김기환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그룹 내 포트폴리오상 취약한 생명보험에 관심을 두고 있고 자산관리에 우위가 있는 증권사, 고객 세그먼트에 강점이 있는 카드사에도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도 지난해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에 이어 올해 롯데캐피탈 인수를 검토하는 등 M&A에 적극적이다. 지난달에는 이사회에서 75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전환우선주를 발행하기로 결의했다. 이유는 "신성장 기회 확보를 위한 자본 여력을 유지"로 M&A 여지를 열어뒀다.
우리금융은 전년(26.7%)보다 배당성향이 5.2%포인트 낮아졌다. 지주사 전환 이후 적극적인 M&A를 염두에 두고 자금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금융은 올해 자산운용사, 부동산신탁사, 저축은행, 중장기적으로는 보험사와 증권사를 사들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