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은 제약사들이 경영진 진용 갖추기에 나섰다. 업계 상위 회사들이 최고경영자(CEO) 교체로 분위기 쇄신을 꾀하는가 하면 오너 후계자들이 사내 이사로 이름을 올리며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 최장수 CEO로 잘 알려진 이성우 삼진제약 사장은 18년 만에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다. 삼진제약은 22일 열리는 정기 주총에서 장홍순 부사장과 최용주 부사장을 각각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하기로 했다.
이 사장은 1974년 삼진제약에 입사, 영업담당 전무와 부사장을 거쳐 2001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았다. 해열진통제 ‘게보린’을 대형 품목으로 키우고, 400억 원대였던 연 매출을 2450억 원까지 끌어올리며 회사 성장에 기여했다. 올해 7번째 연임에 성공할 지 관심이 쏠렸지만 1945년 생으로 고령인 점 등을 이유로 재선임이 무산됐다. 삼진제약은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장 부사장과 최 부사장 중 1명을 대표이사로 선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홍 보령제약 사장도 6년 만에 자리를 떠난다. 2013년 김은성·최태홍 각자 대표체제를 꾸렸던 보령제약은 주총을 통해 안재현·이삼수 전문경영인 2명의 각자 대표체제를 본격 출범한다. 안 대표는 경영 부문, 이 대표는 연구·생산 부문을 각각 맡아 책임 경영 체제를 강화하는 전략이다.
제일모직 경영지원실장을 지낸 안 대표는 2012년 보령제약에 입사, 전략기획실장을 거쳤다. 이 대표는 서울대 제약학과와 약학대학원을 졸업하고 LG화학 생산·품질팀장, CJ 제약사업부문 cGMP 건설팀장, 셀트리온제약 진천·오창공장장을 역임했다.
동화약품은 21일 주총에서 박기환 전 베링거인겔하임 대표를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지난해 2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유광열 전 사장은 같은해 12월 일신상의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유 전 사장의 후임으로 임명된 이설 대표이사(상무)도 한 달 만에 사의를 표명한 후 박기환 대표 내정자가 새로 임명됐다.
오너 3세인 윤도준·윤길준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던 동화약품은 2008년 조창수 사장을 선임하며 오너와 전문경영인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그러나 조 전 사장이 임기 만료 1년을 남긴 2012년 사임한데 이어 박제화 사장, 이숭래 사장, 오희수 사장, 손지훈 사장 등 모두 임기를 다 채우기 전에 회사를 떠나 ‘CEO의 무덤’이란 불명예스런 타이틀까지 얻었다.
반면 경영 지속성을 위해 임기 만료된 대표이사를 재선임하는 제약사도 상당수다.
국내 제약사 첫 여성 전문경영인인 유희원 부광약품 사장은 15일 주총에서 재선임될 전망이다. 2015년 3월 공동대표에 선임된 유 사장은 지난해 초부터 단독 대표를 맡아 부광약품을 이끌고 있다.
동국제약은 22일 정기 주총에서 오흥주 사장의 재선임 안건을 의결한다. 2009년 동국제약 대표이사에 오른 오 사장은 이번이 3번째 연임이다.
이밖에 박춘식 명문제약 사장, 김동연 일양약품 사장, 이득주 녹십자셀 사장 등이 재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동생인 서정수 셀트리온제약 사장의 재선임 안건 역시 이번 주총에서 처리된다.
이번 정기 주총 시즌에는 오너 3·4세들이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되면서 영향력을 공고히 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동화약품은 윤도준 회장의 장남인 윤인호 상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윤 상무가 이사회에 입성하면서 4세 경영체제를 본격적으로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1984년 생인 윤 상무는 2013년 동화약품에 입사해 4년 만에 상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윤웅섭 일동제약 사장은 지주회사 일동홀딩스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린다. 윤 사장은 일동제약 창업주 고 윤용구 회장의 손자이자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의 장남인 3세 경영인이다. 유유제약 오너 3세인 유원상 부사장도 이사회에 들어간다. 2008년 유유제약 상무로 입사한 유 부사장은 2014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