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경제민주화’ 핵심 법안인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통합감독법 등 3개 법 개정안이 20대 국회 들어 60건 넘게 제출됐다. 이 중 입법에 반영된 법안은 단 2건에 불과했다.
20일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상법 개정안 8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 53건 △금융그룹 통합감독에 관한 법률 2건 등 총 63개였다.
상법개정안은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중 대표 법안이다. 주로 소액 주주 권한을 강화해 대기업 총수 일가의 전횡을 견제하는 제도의 도입을 골자로 한다. 2016년 총선 직후 여야 의원들이 앞다퉈 발의했고, 2017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여야 후보 모두가 공약으로 제시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상법 개정안은 8건이다. 법 개정에 가장 적극적인 의원은 회계사 출신의 법사위원인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다. 채 의원이 제출한 2건의 개정안은 문 대통령이 대선 기간 공약했던 내용을 두루 담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채 의원의 법안을 바탕으로 당정 및 여야 협의를 진행하는 이유다.
상법과 함께 경제민주화의 큰 축을 이루는 공정거래법은 지배회사의 과도한 지배력 확대를 억제하고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확대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제출된 법안은 53건이다. 발의자의 소속 정당별로 보면 민주당 38건, 바른미래당 13건, 자유한국당과 정의당이 각각 1건씩이다. 이중 입법에 반영된 것은 민주당의 전해철 의원과 박정 의원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내용을 담아 발의한 2건 뿐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내용 가운데는 법 위반 사업자에 대한 과징금을 강화하는 법안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제윤경·박광온·박찬대·박용진·박광온·이원욱 의원 등이 일제히 이 같은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아울러 △집단소송제 도입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대기업의 기존 순환출자 해소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등의 법안이 있다. 이들 법안 내용의 상당 부분은 지난해 11월 공정위가 마련한 정부안에 반영됐다.
금융자산 5조원 이상 복합금융그룹의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한 방안도 경제민주화의 한 축으로 꼽힌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의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안’과 이학영 민주당 의원의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안’ 등 총 2건이 있다. 지난해 6월과 11월 각각 발의된 두 법안은 큰 틀에서 내용이 다르지 않지만, 사실상의 정부안으로 불리는 이 의원의 안이 박 의원보다 한층 강화된 규제를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통합감독법 등 경제민주화 법안은 그간 ‘기업 옥죄기’라는 반대에 부딪혀 논의가 지지부진했으나 연초 문 대통령이 ‘공정경제’를 강조하며 다시 여당의 중점 추진 법안으로 떠올랐다. 다만 야당과 경제계의 반대가 여전한 상황이어서 이들 법안의 입법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법안을 밀어붙이려던 민주당도 최근에는 각 상임위원회를 통해 합의 가능한 부분부터 처리하겠다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 송기헌 의원은 “다 할 수는 없을 것 같고, 경제계가 수용할 수 있으면서 자유한국당과도 협의 가능한 수준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