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실패로 전환기를 맞이한 가운데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은 내년에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의 한진칼 대표이사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되기 때문이다.
28일 증권사들은 이번 대한항공 주총 결과로 한진그룹의 지배구조가 크게 바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조 회장은 27일 대한항공 주총에서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부결되면서 대한항공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경영에 직접 관여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간접적인 영향력 행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조 회장은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아들인 조원태 대표이사를 통해 중요한 사안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정관상 사내이사 3인 이상만 유지하면 문제가 없어 조원태 대표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29일에는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주총이 열린다. 한진그룹은 2013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으며 한진칼은 자회사로 대한항공, 진에어, 한진, 칼호텔네트워크 등을 두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국민연금이 제안한 임원 자격 관련 정관변경과 석태수 사내이사 연임 통과 여부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석 대표의 사내이사 연임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조 회장 측이 충분한 지분을 확보한 데다 전날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도 찬성 의사를 밝혔다.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이 28.93%이며 2대 주주인 KCGI가 12.80%, 국민연금이 6.70%를 갖고 있다.
국민연금의 주주제안 안건인 이사 자격을 강화하는 정관변경은 특별결의 사항이다.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찬성을 얻어야 해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횡령, 배임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조 회장으로서는 임원 자격 관련 정관변경 통과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회장의 한진칼 대표이사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된다. 아들 조 대표의 등기임원 임기도 함께 끝난다.
이에 올해보다는 내년 주총에서 지배구조 변화가 판가름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3월이 그룹 전체 지배구조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 시점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이번 주총에서 주주제안에 제동이 걸린 행동주의 펀드 KCGI가 내년에는 안건을 상정할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KCGI의 지분 보유 기간이 6개월이 되지 않아 상법상 이번 주총에서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증권사들은 올해 주총이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이 적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오너 리스크' 해소 시작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조 회장 연임 실패는 한진칼, 한진,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전반에 체질 개선이 실제로 시작될 수 있다는 긍정적 시그널로 해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