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이 노동이사제 도입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은행장 제청권’을 손볼 계획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하 IBK기업은행 지부는 다음 달 열리는 노사협의회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에 필요한 정관 변경을 요청할 예정이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관련 내용은 노사협의회 안건에 담았다”며 “향후 협의회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기업은행 지배구조 내부규범은 이사회 운영위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면, 은행장이 금융위원회에 제청해 임명한다. 따라서 기업은행 노조가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해도 은행장이 이를 제청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권이 없던 노조가 금융위 임명권에 기댄 이유다.
노조는 내부 정관의 변경 없이는 노동이사제 도입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노조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를 은행장이 제청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해 달라는 요구를 전달할 계획이다. 이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이사회 운영위에만 부여된 사외이사 추천권이 노동조합에도 주어진다.
다만 정관 변경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정관 변경을 위해선 결국 기업은행 이사회의 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통과되더라도 다음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해선 1년여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우선 기업은행 노조는 ‘근로자 참관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근로자 참관제는 근로자의 대표성을 띠는 노조가 발언권을 갖고 이사회에 참가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하에선 노조가 ‘의결권’을 충족하지 않아도 된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근로자 참관제는 아직 노사협의회 안건에는 없지만, 이를 포함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달 말 박창완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신임 사외이사에 신충직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김세직 서울대학교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면서 노동이사제 도입은 물거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