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퇴진에 따라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지주사 역할을 맡은 금호산업 사내이사에 박 회장의 '복심'으로 꼽히는 박홍석 금호아시아나그룹 부사장이 신규 선임되면서 그룹내 '대규모 임원 물갈이'가 시작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룹 내 세력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9일 "박 회장이 최근 아시아나항공 감사보고서 관련 책임을 지고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결단을 내렸다"며 "이원태 부회장 경영체제를 임시로 유지하며 이른 시일 내 명망 있는 외부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박 회장이 물러나면서 한창수 사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한 사장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안병석 경영관리본부장(전무)과 함께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다만 한 사장 단독 대표 체제로 운영될지는 미지수다. 회사 관계자는 “주주총회 이후 이사회에서 대표이사가 결정된다”며 “단독 대표 체제가 될지, 2인 대표 체제가 될지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열린 금호산업 주주총회에서는 박홍석 금호아시아나그룹 부사장이 신규 선임돼 이목을 끌었다.
박 회장의 복심이자 그룹 내 실질적 2인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박 회장의 '대리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박 부사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던 2006년 그룹에 합류한 대우건설 출신이다.
대우건설이 재매각되며 대우건설 출신 대부분이 그룹을 떠날 때도 박 회장 곁을 지켜 최측근으로 분류됐다.
실제 그룹의 인수ㆍ합병 등 주요 결정 때마다 그가 관여했다.
2007년 12월 전략경영본부 상무보, 2010년 10월 상무, 2013년 1월 전무로 승진하며 초고속 승진도 이어갔다.
2013년에는 금호타이어로 옮겨 ‘오너가 3세’인 박세창 사장을 보좌하며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졸업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 과정에서 박 사장과 인연을 맺어 ‘3세 경영 승계’를 진두지휘할 적임자라는 평가도 그룹 안팎에서 나왔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의 퇴임이 그룹 전반적인 ‘인사(人事) 후폭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박 회장의 퇴진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의사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해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재무구조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는 채권단이 인사와 관련해 기존 주요임원 퇴진을 놓고 추가적인 압박에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총수 퇴임 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이뤄졌던 재계의 ‘전례’ 또한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