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은 사흘만에 강세로 돌아섰다. 장기물보다는 단기물이 강해 일드커브는 스티프닝됐다.
밤사이 미국채가 약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외국인이 매수에 나서며 장을 견인했다. 월초 자금유입과 통안채 만기, 국고채 30년물 입찰 호조도 우호적이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CPI)가 석달연속 0%대 성장에 머문 것도 강세 배경이 됐다. 통계청은 이날 3월 CPI가 0.4% 상승하는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6년 7월 0.4% 이후 2년8개월만에 최저치다.
반면 장기물은 이날 진행된 우수 국고채전문딜러(PD) 시상식에서 20년물 이상 장기물 발행비중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히면서 약했다.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는 올들어 처음으로 하락했다. 산업은행과 국민은행, SC제일은행이 연달아 CD를 발행한 때문이다.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외국인이 견인한 장이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본격적인 강세장의 출발점까지 국채선물이 떨어지자 외인이 다시 매수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반면 대외 변수가 채권시장엔 부정적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는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전일 금리인하에 부정적인 뜻을 명확히하면서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경제전망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은 경계할 부분이리고 지적했다. 2분기(4~6월)가 시작됨에 따라 급한 매도물량도 없어 당분간 등락장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CD91일물 글미는 1bp 하락한 1.89%에 고시됐다. 이는 작년 12월28일 1bp 하락이후 처음 내림세를 보인 것이다. 산업은행이 3개월물 CD 1000억원어치를 3bp 낮은 1.86%에, 국민은행과 SC제일은행이 6개월물 CD 각각 2000억원어치를 각각 2bp 내린 1.90%에 발행한 때문이다.
한은 기준금리(1.75%)와 국고3년물간 금리차는 마이너스(-)4.4bp로 5거래일연속 역전상황을 지속했다. 10-3년간 스프레드는 1.0bp 확대된 15.0bp를 보였다. 국고10년 명목채와 물가채간 금리차이인 손익분기인플레이션(BEI)은 3.9bp 떨어진 107.1bp를 나타냈다.
미결제는 967계약 증가한 37만390계약을, 거래량은 2만5346계약 늘어난 10만9708계약을 나타냈다. 원월물 미결제 59계약을 합한 합산 회전율은 0.30회였다.
매매주체별로는 외국인이 7486계약을 순매수해 7거래일연속 매수세를 이어갔다. 이는 작년 11월14일부터 27일까지 기록한 10거래일연속 순매수 이후 4개월만에 최장 순매수 기록이다. 은행도 5442계약을 순매수해 이틀째 매수에 나섰다. 반면 금융투자는 1만2571계약 순매도로 대응했다. 지난달 27일에도 1만3145계약을 순매도한 바 있다.
6월만기 10년 국채선물은 전일보다 22틱 상승한 128.72에 거래를 마쳤다. 마감가가 장중 최고가였던 가운데 장중 저점은 128.18이었다. 장중변동폭은 54틱에 달했다.
미결제는 1717계약 증가한 13만413계약을, 거래량은 2만4583계약 확대된 7만5101계약을 보였다. 원월물 미결제 18계약을 합산한 미결제 13만431계약은 작년 6월18일 13만630계약 이후 10개월만에 최대치다. 합산 회전율은 0.58회였다.
매매주체별로는 외국인이 1592계약을 순매수하며 이틀째 매수에 나섰다. 반면 금융투자와 은행은 각각 673계약을 순매도했다. 기타법인도 339계약 순매도를 보였다.
외국인의 국채선물 누적순매수 포지션은 3선의 경우 21만3738계약으로 2월12일 21만5288계약 이후 2개월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10선의 경우 8만1415계약으로 전달 28일 8만1963계약 이래 3거래일만에 8만계약대를 회복했다.
현선물 이론가는 3선이 고평 12틱을, 10선이 고평 9틱을 각각 기록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전일 미국채 금리 급등 영향으로 원화채 금리도 상승출발했다. 다만 월초 자금 유입에 따른 레포(RP) 금리 급락 및 대규모 통안채 만기, 외국인의 공격적인 선물매수세로 금리 상승폭을 크게 줄였다. 이후 30년물 입찰이 호조를 보이면서 금리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장막판으로 갈수록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물가 등 각종 지표가 채권시장에 우호적으로 작용하면서 금리도 견조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해외 변수들도 채권시장엔 언제든지 악재로 진행될 여지가 있고 다가올 금통위에서 경제전망을 유지한다면 기준금리 이하 금리에서는 오래 버티기 버거워 보인다”며 “금리는 점차적으로 기준금리 수준으로 수렴할 것 같다”고 예측했다.
또다른 증권사 채권딜러는 “오늘 포인트는 지난달 27일 외국인이 매수하기 시작한 선물 저점을 지켰다는 점이다. 결과론적으로 10선 캔들 크기와 모양까지 같게 만들었다”며 “새로운 분기가 시작되면서 급한 매물이 나오는 모습은 아니다. 일단 금주는 등락권 흐름을 이어가면서 눈치보기 장세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