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 채권운용부 A 씨는 당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신영증권과 맺은 ABCP(자본담보부 기업어음) 계약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수수료가 오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기 때문이다. A씨가 부서에서 ABCP를 통해 운용하는 자금은 계약당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2000억 원에 달한다. 회사를 통해 신영증권이 부당하게 올린 수수료를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4일 미래에셋대우가 신영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을 기각했다. 미래에셋대우가 신영증권에 낸 수수료는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므로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A씨가 회사를 통해 신영증권과 거래한 기간은 2013년 11월 21일부 터 2017년 1월 24일까지 약 3년 2개월간이다. 이 기간 A 씨는 59차례에 걸쳐 회당 26억~1964억 원을 신탁하고, 운용방법은 ‘A1 등급 이상 ABCP 및 단기성 상품 운용’으로 정하는 내용의 특정금전신탁 계약을 맺었다.
문제가 된 것은 ‘1.93% 이상의 수익률에 대해 수익보수는 100%’라는 ‘수익보수’조항이다. 해당 계약은 단순히 금융 수단으로써 활용될 뿐 신영증권이 직접 자금을 운용해주는 상품이 아니다. A 씨는 미래에셋대우 회사를 통해 자신이 운용을 잘해 성과가 나올 경우 수수료를 내야 하는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 조항은 59차례의 계약 중 35번째 계약부터 새롭게 삽입됐다. 앞서 이뤄진 34번의 계약에는 해당 조항이 없었고 이후 이뤄진 24번의 계약 중에서도 2번은 없었다. 미래에셋대우는 재판과정에서 “자사는 이 조항이 계약에 삽입됐음을 알지 못했고, 신영증권 또한 이 조항이 삽입된 경위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미래에셋대우가 ‘수익보수’ 명목으로 지급한 금액은 모두 4억6568만 원. 미래에셋대우는 신영증권이 신의칙상 설명의무를 위반했고 일부러 자사를 기망해 불법행위를 했다고 강조한다. 신영증권이 수익보수 명목으로 챙긴 4억여 원을 되돌려 받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미래에셋대우와 신영증권이 계약서를 정당하게 체결했고 두 회사 모두 금융회사인 만큼 계약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신영증권 직원 B 씨는 해당 계약을 진행하면서 해당 사안을 고지하면서 녹취도 진행했다.
미래에셋대우가 문제를 늦게 인지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법원은 일반 회사도 아닌 증권사가 약 1년 2개월간 20여 차례에 걸쳐 수억 원을 지급했는데 이를 알지 못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전문적인 식견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신탁계약은 수백억 원에서 1000억여 원에 이르는 대규모의 자금을 신탁하는 계약이므로 교섭 및 체결에 있어 높은 주의의무가 요구된다”고 판시했다.
미래에셋대우는 1심 재판부의 판결에 불복해 지난 17일 항소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현업 부서의 요청으로 법무부에서 해당 건을 진행하고 있다”며 “금액이 회사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준은 아니지만, 해당 부서의 체감은 다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