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교착국면 장기화 우려…비건 미 대표 9일 방한 주목
북한이 ‘전술유도무기’를 포함한 단거리 발사체 발사 등으로 미국에 대한 저강도 압박에 나섰다. 미국은 즉각적인 비난을 자제한 채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비핵화 협상의 판을 깨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남북 관계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미 폭스뉴스와 ABC뉴스, CBS뉴스의 시사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해 4일 북한이 쏜 것은 ‘단거리 발사체’라며 비핵화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얼마나 멀리 날아갔는지는 말하지 않겠지만 단거리로 여러 발 발사됐다”며 “중거리 미사일이나 장거리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니라는 높은 확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에도 국제적 경계를 넘어서지 않았다”며 “미국이나 한국, 일본에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고 밝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 논란에 확실히 선을 그었다.
미사일 발사가 모라토리엄(동결)을 위반했는지에 대해 그는 “모라토리엄은 미국을 확실히 위협하는 ICBM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번에 한 행동이 방해되지 않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테이블로 돌아가고 싶다”며 “대화를 계속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북 미사일 발사 첫날인 4일 ‘남북 간 9·19 군사합의 위반’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뒤 말을 아끼면서 ‘로키’(low key·절제된 대응)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북 미사일 발사 당일 국방부가 ‘단거리 미사일’라고 했다가 ‘발사체 수발’로 정정한 뒤 또다시 ‘신형 전술유도무기’라고 오락가락 해 ‘북 도발 수위 낮추기 논란’을 자초했다. 이번 발사체 발사로 남북 대화채널 단절이 드러났다. 이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도발로 한국과 미국에 비핵화 해법에 대한 숙제를 안겼지만 마땅한 카드가 없는 상황이어서 장기 교착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이 당분간 저강도 도발을 계속하며 미국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돼 조기 국면전환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런 가운데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9~10일 한미 워킹그룹 협의차 방한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