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완성차 부품기업인 현대모비스의 연구개발비(R&D) 비율이 해외 경쟁사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기아차 의존도가 여전히 높아 연구개발 폭이 제한적이고, 수소연료전지 기술 등 고부가가치 기술이 아직 뚜렷한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9일 부품업계에 따르면 해외 주요 완성차 부품사들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은 10% 안팎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대표 부품사인 현대모비스는 매출의 3% 남짓만 R&D에 투자했다.
독일 콘티넨탈은 지난해 매출 268억 유로를 기록했는데 R&D에 27억6100만 유로를 쏟아부었다. 매출액 10.3%에 달하는 규모다.
토요타에 부품을 공급하는 일본 덴소 역시 5조1082억 엔의 매출 가운데 8.75%에 달하는 4470억 엔을 R&D에 썼다. 일본 아이신도 매출 4조431억 엔의 5.1% 수준인 2021억 엔을 R&D에 재투자했다.
반면 모비스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38%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기준 35조1492억 원의 매출 중에 R&D 투자는 8350억 원에 머물렀다.
다만, 모비스 연구개발비 비중은 2016년 1.82%, 2017년 2.18%로 점진적인 증가세를 보이고있다.
현대모비스는 “매출 집계 때 AS사업 등이 포함돼 있어 상대적으로 R&D 투자 규모가 낮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AS사업 부문과 모듈조립 부문 매출을 제외해야 실질적인 R&D 투자 규모를 뽑아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현대모비스 전체 매출에서 AS부문과 모듈조립 부문을 제외한 매출액은 9조3252억 원 정도다. 여기에서 연구개발비 비율을 구하면 8.94%라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일부 해외 부품사도 기타 사업 부문을 포함해 연구개발비를 산출하고 있다.
일본 덴소 매출에는 비자동차 부문을 포함해 덴소 농업부문 매출까지 포함하고 있다. 부품은 물론 타이어도 팔고 있는 독일 콘티넨탈은 매출 4분의 1을 차지하는 타이어 부문을 별도로 구분해 연구개발비를 산정한다. 콘티넨탈의 연구개발비 10.3%는 자동차 부문에 한정해 계산한 수치다.
현대모비스가 해외 부품사에 비해 낮은 연구개발비 비중을 보이는 이유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특히 수소연료전지차(수소전기차)의 핵심부품인 연료전지 스택을 포함한 고부가가치 기술을 개발했음에도 여전히 이 부분이 실질적인 매출로 되돌아오지 못한 탓에 공격적인 재투자에 한계가 존재한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는다.
나아가 국가 차원의 핵심기술 지원 분위기도 사그라들었다.
정부는 매년 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편성한 R&D 예산을 기업과 정부기관에 지원한다. 지난해 정부는 약 19조7000억 원의 R&D 예산을 편성했다. 정부 R&D 예산은 올해 20조 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정부 총지출 대비 비중은 2015년 이후 감소세다. 정부 총예산에서 R&D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5.0%였는데 2016년 4.9%에 이어 2018년에는 4.6%로 감소했다. 기업 부문의 R&D 투자 대비 정부지원 비중은 2012년 12.27%에서 2016년 8.35%로 감소했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현대모비스가 받는 정부보조금도 반 토막 났다. 현대모비스는 2016년 10억 원 정도를 정부보조금으로 받았다. 그런데 보조금은 지난해 4억 원으로 줄었다. 불과 2년 만에 정부가 주는 보조금이 반 토막 난 셈이다.
모비스 R&D에서 정부지원 비율이 미미한 수준이지만 국가 차원의 지원 분위기가 이전보다 많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한국은 기업 부문의 R&D 투자 대비 정부 지원 비중이 8.35% 수준이지만 프랑스와 영국은 28.71%, 23.47%로 집계됐다.
특히 미국은 연방정부 R&D 예산의 중소기업 할당 비중을 증가시키고 있으며 일본은 올해 4월부터 시행 예정인 세법개정안을 통해 중소기업 연구비 세액공제율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모비스는 미래차 기술 선도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2021년까지 전체 연구개발비를 부품 매출 대비 1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 중 50%를 자율주행 등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청사진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