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방직이 발행 주식의 25.7%에 달하는 공개매수를 결정하면서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적자 탈출이 시급한 상황에서 투자 재원으로 활용 가능한 거액의 자금을 사용하는 것을 두고 최대주주의 경영권 안정과 더불어 소액주주의 간섭을 제한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방직은 이날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21일간 자사주 136만3636주(25.7%)를 공개매수한다. 매수 가격은 주당 2만2000원으로 30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전날 종가와 비교해 39%가량 매수 가격이 높아 공개매수가 알려진 22일 대한방직 주가는 상한가로 직행했다.
회사 측은 공개매수의 목적이 주주가치 제고라고 설명한다. 대한방직은 최근 3년 중 2년간 순손실을 기록하며 배당을 하지 못했고 순이익이 발생한 2018년 사업연도에만 단 한 번 보통주 주당 300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서 직전 사업연도에 대한 현금 배당으로 미처 반영되지 못했던 주주 이익 환원에 일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또 공개매수 이후 회사의 지배구조, 재무구조, 사업내용 등에 변경을 가져오는 구체적인 장래계획은 수립하고 있지 않으며, 자발적 상장폐지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방직은 설경동 전 회장의 3세인 설범 회장이 19.88%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가족과 임원 등 특수관계인 포함 최대주주 지분이 25.78%다. 최근 설 회장은 경영권 확보를 목적으로 차명계좌로 보유한 회사 주식을 공시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지난 1월 유죄를 받았다. 또 15억 원을 횡령한 것에 대해서는 최근 무죄 판결이 났다. 이와 관련 신명철 씨를 비롯한 소액주주 모임이 지난 수년간 회사 지분 매입 등 소액주주 운동을 전개하며 경영권 분쟁의 내홍을 겪기도 했다.
대한방직의 최근 실적을 보면 매출은 2015년 2444억 원에서 갈수록 줄어 2017~2018년 간신히 2000억 원대에 턱걸이했다. 영업이익은 2015년 43억 원에서 2016년 12억 원으로 줄었고 2017년에는 -99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또 작년에는 -134억 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순이익은 2015~2017년 적자가 커지다 작년 흑자를 냈다. 2017년 체결한 1978억 원 규모의 부동산 매매계약 잔금 청산이 작년 이뤄졌기 때문이다. 자산 처분 이익을 제외하면 작년에도 200억 원에 가까운 순손실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대한방직이 이번 공개매수에 활용하는 자금 역시 자산 매각 대금 중 일부다. 작년 초 현금성자산은 42억 원에 불과했지만 연말에는 867억 원으로 늘었다. 매각 대금 중 700억 원가량은 차입금 상환에 사용했다. 이에 부채비율이 2017년 111.4%에서 작년 51.3%로 개선됐다. 한편 회사가 계획한 대로 공개매수가 100% 완료되면 자사주가 4.70%에서 30.43%로 늘어 최대주주 지분은 과반(56.21%)을 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