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부터 2007년까지 노르웨이국부펀드 수장이었던 크자에르는 2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노르웨이 정부와 정치인들이 펀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이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노르웨이 정부는 북해 유전에서 얻은 막대한 수입을 바탕으로 국부펀드를 통해 전 세계 주식과 채권, 부동산에 광범위하게 투자하고 있다. 작년 말 현재 노르웨이국부펀드 운용액은 8조2560억 크로네(약 1127조 원)에 달하며 전 세계 상장사 주식의 1.4%를 보유, 주식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크자에르 전 CEO는 인터뷰에서 국부펀드의 지배구조와 조직 상황, 위험 부담 등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오랫동안 펀드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피해왔다. 그러나 최근 노르웨이 정부가 펀드를 전문가 위원회가 추천하는 독립적인 조직이 아니라 중앙은행 손에 맡기기로 하자 침묵을 깨기로 결심했다.
그는 “지금이 결정해야 할 시간이다. 20년 앞을 내다보고 지배구조를 올바르게 해야 할 때”라며 “정부의 제안은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그런 움직임도 보였다. 노르웨이국부펀드는 지난 3월 유가 하락에 따른 펀드 장기 운용 위험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석유와 천연가스 시추업체를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재생가능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연립정권에 속한 친환경 정당의 비위를 맞추고자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크자에르는 펀드가 지난 20년간 운영을 맡아왔던 독립적인 이사회 대신 중앙은행의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우려했다. 그는 “중앙은행의 펀드 운용을 추천할 수 없다”며 “둘의 영역은 완전히 다르다. 국부펀드 운영이 더욱 복잡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는 새로운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국부펀드 대표는 5년 임기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언제라도 해고가 가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르웨이국부펀드가 지난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비중을 종전의 60%에서 70%로 높이기로 하면서 그 수장은 더욱 신중하게 투자 결정을 내리는 입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임기가 보장된 중앙은행 총재가 국부펀드 수장 역할을 하면 오히려 신중한 투자 결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크자에르 전 CEO는 또 “노르웨이국부펀드는 초창기 많은 좋은 결정을 내렸으나 현재는 너무 크게 성장해 지배구조 등을 다시 생각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주장했다. 노르웨이국부펀드 규모는 2003년 이후 10배 커졌다.
노르웨이 재무부는 크자에르의 주장을 일축했다. 재무부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은 국부펀드 정책에 확고하다”며 “또 자체 투자수익률 향상이라는 펀드의 최우선 순위가 변하지 않을 것이며 중앙은행은 외부 전문가를 이사회에 추가해 펀드의 전문성을 오히려 더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