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열린 한 대규모 음악 축제장에서 난데 없이 일본 전범기(욱일기)가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일본 관객들이 욱일기를 흔들며 행사장을 누비면서 우리나라 관객들과 작은 충돌이 일어난 것. 특히 다수의 관객들은 욱일기를 흔든 일본인들이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행사 측의 안일한 대응까지 문제되고 있다.
사건의 현장은 7일부터 9일까지 경기도 용인에서 열린 '울트라뮤직페스티벌(UMF)코리아'이다. 해마다 열리는 이 행사는 국내외 유명 DJ(Disk Jockey)와 가수의 공연이 펼쳐지는 유명 대규모 음악 축제다. 올해 역시 국내외 DJ와 가수 101팀의 공연이 일정에 이름을 올렸다. 인스타그램에서도 ‘umfkorea’를 검색하면 14만 개의 게시물이 올라올 만큼 관심도 뜨거웠다.
문제는 행사의 규모에 걸맞지 않게 관리‧운영이 부실했다는 점이다. 일부 일본 관객이 욱일기를 펼쳤으나, 현장의 행사 요원들은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욱일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대가 사용했던 상징기다. 일본의 침략을 겪은 한국에서는 금기시된 상징물이다.
이날 현장에 있었던 관객들은 행사 측에 제지를 요청했으나,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신지은(28) 씨는 “현장 행사 요원들은 욱일기에 별다른 문제 의식을 느끼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면서 "우리나라 관객들이 일본 관객들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생기고 나서야 겨우 개입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행사 측이 욱일기를 압수하지 않으면서 이들은 욱일기를 몸에 두르고 다녔고, 30만 원이 넘는 금액을 내고 축제를 즐기러 온 대다수의 관객들만 눈살을 찌푸리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이런 논란은 계속 불거지고 있다. 한 참가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진을 찍어 올리며 “가드(안전ㆍ진행요원)들은 한국인이 맞느냐?”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글을 본 누리꾼들 역시 한국에서 진행된 행사에 전범기인 욱일기를 들고 온 일본인 관객들을 비난했고,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현장 관리자의 책임도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 별개로 공연 취소 통보와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3일 중 이틀이나 헤드라이너(메인 게스트) 공연이 취소된 것도 문제지만, 통보 과정과 내용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축제 첫날 헤드라이너로 예정된 '마틴 개릭스'가 다리 부상으로 공연에 불참했는데, 행사 측은 전액 환불 기간이 끝난 뒤인 6일에서야 공연 취소를 뒤늦게 통보했다.
9일로 예정된 헤드라이너 '스웨디시 하우스 마피아'의 경우, 공연을 불과 4시간 앞두고 ‘예상치 못한 이유’라며 참석 불가를 알렸다. 특히, 스웨디이 하우스 마피아는 행상 이전부터 홍보에도 가장 열을 올린 그룹이어서 참가자들의 기대도 높았다.
직장인 박민정(26) 씨는 “음악 축제에서 헤드라이너가 공연을 취소하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다”면서 “당일 취소도 문제지만, 정확한 이유를 공식 채널을 통해 알려줬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큰 문제”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행사를 맡은 유씨코리아(UC Korea) 측은 관련 사태에 대해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유씨코리아는 “스웨디쉬 하우스 마피아의 공연이 취소돼 유감이다”라는 글만 공식 페이스북에만 게재했을 뿐 공식 홈페이지, 인스타그램에서도 사과문을 올리지 않았다. 본지는 취재를 위해 유씨코리아 측에 전화와 SNS로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