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상<사진>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 이사장은 지난달 21일 인천 서구 원당대로에 있는 본사에서 본지와 만나 “사회적기업은 성장하고 있지만, 각자의 파이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는 주로 중증장애인들을 고용해 직접 A4용지나 제지 등을 생산한다. 경인지역에선 직접 생산하는 사회적기업으로는 규모가 상당한 편이다. 주로 공기업을 대상으로 거래해 운영된다.
윤기상 이사장은 몇 년 전부터 유통사가 진입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사회적기업 시장을 파괴하는 주범은 유통사라고 생각한다. 유통은 제조업을 죽인다”며 “여러 경로를 통해 불합리성을 얘기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윤 이사장은 고용노동부가 유통사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해준다고 오해할 만큼 시장 왜곡에 대한 문제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무엇보다 그는 “중소기업 개념에는 유통까지 들어가지 않는다. 제조만 해당한다. 이를 국가는 보호하도록 돼 있고, 그래서 사회적기업을 인증하고 선정하는 것”이라며 “유통해서 외국에서 수입한 제품을 사회적기업 제품이라고 팔면 제도에서 벗어나는 행위”라고 얘기했다.
또한 사회적기업 자체가 기업의 홍보 수단이 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윤 이사장은 “대기업에서도 사회공헌을 하지만 이는 기업의 홍보수단일 뿐이다. 순수경제활동을 통한 이익으로 마케팅을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다. 유통사를 통해 사회적기업 제품은 팔리지 않지만, 그로 인한 홍보 효과는 거두고 있는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직접 생산된 물건이 시장에 많이 없어서 유통이 늘어날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윤 이사장은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적 경제가 성장할 수 있도록 기다려줘야 한다. 능력이 좀 없어도, 혜택을 받아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밀려나는 꼴이 된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사회적기업은 그저 입은 옷에 불과하다. 우리는 우선 장애인복지 단체이다. 이를 운영하기 위해선 돈을 벌어야 한다”며 공공기관 의무구매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꽤 큰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윤 이사장으로서도 ‘공공기관 의무구매 제도’는 기업을 유지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그는 “근로장애인진흥회가 돈을 벌 수 있는 건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국가가 혜택을 줬기 때문이다. 그런 혜택을 받았으면 자기 능력인 것처럼 오판하면 안 된다”라고 일갈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회적기업가 정신이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윤 이사장은 “예전에는 사회적기업에 진입하는 사람들이 순수했다. 어떤 이익을 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사회적기업이 뭔지를 배웠지만 최근 진입하는 기업들은 그런 정신이 부족하다”며 “그저 인증을 받을 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