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가 추진중인 공기업 민영화 정책의 하나인 신보와 기보의 통폐합 움직임에 비판이 고조지고 있다. 기존 설립 취지가 다르고 업무특성도 다른데 명칭이 비슷하다고 통폐합 하냐는 지적이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지난 22일 공기업 통폐합과 경영효율화와 관련 부처별 공청회를 거쳐 8월말 최종 확정키로 했다.
당정의‘공기업 선진화 추진 관련 당정협의 내용’에 따르면 업무가 상호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공공기관은 통폐합 한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당정의 말대로 상호가 유사하고 업무가 중복되는 공공기관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당정의 통폐합 기준에 대해 시장에서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양 기관의 설립 배경과 업무 내역을 분석하고 이들 기금의 통합시 문제점을 찾아 논의가 시작되는 것도 아니고 상호가 유사하다고 통합을 추진 하냐는 것이다.
신보는 중소기업의 금융지원기관이고 기보는 기술지원기관으로 설립취지와 목적이 다르다. 또 당정이 주장하는 업무 중복문제 역시 정부의 정책 의지와 금융당국의 감독 기능의 문제로 인해 업무가 중복됐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신보는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융통하기 어려운 기업을 지원하고, 기보는 신기술기업의 육성이 목적인데 감독당국은 금융기관 기준으로 감독을 했다”며“양 기관에 지원받는 중소기업이 중복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한편 두 기관의 통합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곳은 이들 기관에 실질적으로 혜택을 보고 있는 중소기업.
한 중소기업 대표는“예전 두 기관이 하나로 있을 때는 기금을 받을 엄두도 못했다”며“두 기금이 분리되고 경쟁 체제가 되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문턱이 낮아지고 서비스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기관 합쳐지면 예전 같은 상황으로 돌아가면 어쩌냐는 걱정에 한숨만 나온다고 한다.
한 중소기업협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인지 기술력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인지 먼저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양 기금이 통폐합 됐을 때 과연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정남기 연구위원은“기보의 통폐합을 논의하기 보다는 본래의 설립취지에 맞게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하고“중소기업에 대한 기술지원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합리적인 정책 선택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