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장률 전망 또 하락, 비상대책 안보인다

입력 2019-07-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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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결국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4∼2.5%로 하향조정했다. 당초 목표였던 2.6∼2.7%보다 0.2%포인트(p) 낮춘 수치다. 정부는 3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 전망을 제시했다.

수출과 투자, 민간소비 등 핵심지표들이 크게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은 작년 12월 이후 7개월째 감소세를 지속함에 따라 올해 5.0%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원래 3.1% 증가를 전망했으나 큰 폭의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설비투자도 1% 증가에서 4% 감소로 뒷걸음질하고, 건설투자는 -2.8%로 기존 전망(-2.0%)보다 감소폭이 확대될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소비 증가율도 2.4%로 이전(2.7%)보다 낮아졌다.

정부는 대외여건 악화를 이유로 들었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고 글로벌 경기 둔화가 뚜렷한 데다, 한국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가격이 크게 떨어져 수출과 투자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목표한 2.4∼2.5% 성장마저도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달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9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은 2.3%에 그쳤다. 특히 노무라는 1.8%까지 낮췄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2.0%로 내렸다. 모두 정부 전망치를 밑돈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직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6조7000억 원 규모 추가경정예산 효과와 수출 및 투자활성화 정책 집행을 미리 반영한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앞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할 공산이 크다. 미·중 무역전쟁이 일단 휴전에 들어갔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일본의 통상보복이 가장 심각한 리스크로 떠올랐다. 우리 최대 수출제품인 반도체를 표적으로 삼은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 규제는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된다. 외교적 갈등이 빨리 해소되지 않고, 일본이 추가 보복조치에 나설 경우 우리 산업의 피해가 어디까지 확산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성장은 후퇴하고 경제의 하방압력만 쏟아지는 비상한 위기다. 정부는 기업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투자세액 공제 확대 등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시설자금 등에 10조 원 이상의 정책금융을 투입하는 한편, 경기도 화성 복합 테마파크와 충남 서산의 중질유 원료 석유화학단지, 서울 양재동 연구개발 캠퍼스 조성 등의 사업 인허가를 앞당겨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당장 할 수 있고 필요성도 크다. 하지만 기존 정책을 확대하거나 반복하는 수준이다. 재정을 더 풀겠다는 것 말고는, 최저임금 과속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추락한 기업활력을 되살리고, 규제를 획기적으로 철폐하기 위한 제도개선의 실효적 대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 어느 때보다 엄중하고 위험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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