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당시 5000억 원에 달하는 서울힐튼호텔의 인수계약을 체결해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은 강호에이엠씨는 잔금을 치르지 못해 590억 원의 계약금을 날린데 이어 상당한 법인세 부담을 떠안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강호디오알이 서초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7일 밝혔다. 강호디오알은 강호에이엠씨의 계약 당사지 지위를 승계한 업체다.
재판부는 "재산권 매매계약에서 외국법인에 계약금을 지급했다가 채무를 불이행해 몰취된 경우 법인세를 원천징수해 납부할 의무가 있다"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강호에이엠씨는 2008년 6월 24일 싱가포르 최대기업 홍릉그룹의 CDL호텔과 서울힐튼호텔 지분 100%를 4686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580억 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잔금일을 하루 앞둔 그해 9월 29일 매매대금 정산일을 11월 28일까지로 연기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후 계약금 10억 원을 추가로 지급했다.
이후 계약 당사자가 된 강호디오알은 해당 날짜에도 잔금을 치르지 못했으며 계약금 반환이 불가능하다는 계약 조건에 따라 590억 원을 몰취 당했다.
서초세무서는 2013년 2월 강호디오알이 돌려받지 못한 계약금은 계약 해지로 인해 국내에서 지급하는 위약금에 해당한다며 2008년도 법인세 147억5000만 원을 경정고지했다.
강호디오알은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으나 기각당하자 소송을 냈다.
강호디오알은 CDL 측에 계약금을 지급했다가 반환받지 못했을 뿐 위약금을 '지급'한 사실이 없는 만큼 법인세에 대한 원천징수 의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양수인이 채무불이행으로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 특약에 따라 계약금이 위약금이나 배상금으로 대체됐다면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한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납세고지서에 세율이 잘못 기재돼 위법하고, 특약에 따라 계약금이 위약금으로 대체됐을 경우 원천징수의무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근거 규정이 있어야 한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납세고지서에 세율이 잘못 기재됐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불복 신청에 지장을 받았을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며 "법인세 본세 징수처분이 위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법인에 지급된 계약금이 위약금이나 배상금으로 몰취된 경우 아무런 근거규정 없이 매수인에게 원천징수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면 당사자들 간 약정에 따라 법인세의 징수가 불가능해지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