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대형 건설사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잇따르고 있는데다 해외건설 수주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상장 대형건설사들의 실적이 대부분 전년 대비 줄며 업황 부진을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9일 이투데이가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시공능력평가(시평) 순위 상위 10대 건설사 중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치를 내놓은 상장건설사들의 올해 상반기 예상실적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림산업과 대우건설 등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두 자리수 이상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우선 시평 순위 1위인 삼성물산의 경우 가장 큰 폭의 실적 하락이 예상되는데, 올해 상반기 예상 영업이익은 3545억 원으로 전년(5873억 원) 대비 39.6%의 실적 하락이 점쳐지고 있다. 건설부문만 따로 예상치를 내놓지 않고 있지만 KTB투자증권이 추산한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올해 2분기 실적 하락치만도 전년 대비 3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해 그룹 공사의 조기 인식으로 급증했던 것에 대한 역기저와 함께 홍콩지하철 등 공기가 지연된 해외 건설 프로젝트의 추가 비용 발생 가능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우건설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도 2254억 원으로 전년 대비 34.4%의 급락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 이후 두드러진 주택부문 매출 감소가 상반기에도 이어졌고, 플랜트부문도 수주 부진으로 감소 추이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GS건설의 실적 하락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4185억 원으로 전년 상반기(6091억 원)에 비해 31.3% 하락할 것으로 점쳐진다.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GS건설은 당초 상반기 1만 가구 정도의 분양을 예상했지만 절반을 조금 넘긴 6500여 가구를 분양하는데 그쳤다.
대림산업도 전년 동기보다 4.9% 감소한 450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 이후부터 신규 수주가 줄면서 이익이 정체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반면 범현대가 건설사들은 올해 상반기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점쳐지면서 하반기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상반기 4477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9%의 성장세다. 올 하반기에 추가 수주만 할 수 있다면 또다시 연간 영업이익 1조 클럽 달성도 가능한 성적이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의 경우 해외부문 실적은 2분기까지 목표의 60% 이상 달성 가능한데다 플랜트 및 토목부문 원가율 개선 등으로 실적 역시 순항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상반기 영업이익 2762억 원이 예상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177.1% 급등한 성적이 기대되고 있다. 매출액 역시 2조143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9%의 증가세가 예상된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HDC현대산업개발은 역세권 개발을 포함한 대형 복합개발업체로 기업 체질을 차츰 바꿔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HDC현대산업개발은 2조5000억원 규모인 서울 광운대 역세권 개발을 비롯해 서울 창동 역세권 개발과 용산역 지하공간 개발 등 복합개발업체로의 변신 중이다.
이처럼 국내 건설사들의 실적이 양극화 흐름을 보인 것은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로 주택시장 부진이 이어진 데다 해외 수주 실적까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 실적 역시 주택 및 해외 수주에 따라 크게 갈릴 전망이다.
김치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건설사의 6월말 기준 해외 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32% 줄며 상반기 내내 감소세를 이어갔다”면서 “특히 정부가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경우 재건축·재개발 사업 등의 지연 및 취소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