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김 실장은 "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일본이 당당하게 대화의 장으로 나와서 설명하지도 못하는 옹색한 조치라는 점을 일본 스스로의 행동을 통해 드러나도록 했다"고 회의 성과를 설명했다.
김 실장은 24일 이사회에서 "일본 측 (수출 규제) 조치가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한 한일 간 갈등에서 기인한 조치"라며 일본의 경제 보복을 비판하고 규제 철회를 요구했다. 김 실장은 이어 야마가미 신고 일본 수석대표(외무성 경제국장)에 1대1 대화를 제안했지만, 일본 대표단은 명확한 사유를 제시하지 못한 채 대화를 거부했다.
김 실장은 "1대1 직접 대화를 일본이 수용했더라면 예외 조치가 될 수 없다는 점을 포함하여 소상히 설명드릴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털어놨다.
김 실장은 귀국길에도 일본에 수출 규제 철회를 강하게 규탄했다. 그는 "일본 (수출 규제) 조치 대상이 된 3개 품목의 대(對)한국 수출액이 일본의 총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0.001%. 한국 총수출액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다. 일본의 조치는 결국 자국의 0.001%를 이용하여 이웃 나라의 25%의 이익을 훼손하려는 것"이라며 "국제관계의 상호의존, 호혜 협력의 기류에 상응하지 않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WTO 일반이사회에서 한국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일본 등의 주장에는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라고 하라"며 발끈했다. 이어 "제 발언문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지지는 못했지만 심정적으로 동의하고 훌륭하다는 내용의 문자나 톡을 관련되는 관계자가 여러 건 많이 받았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일본에 대한 WTO 제소 준비 상황을 묻는 말에는 "날짜는 저희가 편한 날짜를 고르고 지금 열심히 칼을 갈고 있겠다"고 답했다. 정부는 일본의 경제 보복이 모든 회원국에 동등한 특혜를 주도록 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제1조와 특별한 사유 없이 회원국 간 수출입 물량 제한을 금지하는 제11조에 어긋난다고 보고 WTO 제소를 위한 법리 검토 중이다.
정부는 이번 WTO 일반이사회를 한일 외교전의 분수령으로 보고 준비에 공을 들여왔다. 수출 규제 강행 후 열리는 첫 WTO 일반이사회기 때문이다. WTO 일반이사회는 WTO 내에서 각료회의 다음의 위상을 가지고 있는 기구로, 이번처럼 각료회의가 열리지 않는 동안엔 최고 의사결정 기관 역할을 한다.
정부가 김 실장을 이사회 수석대표로 파견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통상 주 제네바 대사가 참석하는 WTO 이사회에 중앙부처 고위급 인사가 수석대표를 맡은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정부에서 일본 수출 규제에 맞서기 위한 국제 공조 필요성을 절박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